실연과 실직으로 우울증에 걸렸던 이가 베낭여행을 떠났다
그 여행을 통해 그니는 자기가 믿고 있는 상식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걸 알게 되면서 우울증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니의 말에 심하게 공감했다
내가 받아들이지 못할 때 괴로움이 시작되는 것이다
나같지 않은 것들에 대한 불만 분노 경멸이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이다
넓은 세상, 많은 사람이 어떻게 나와 같기를 바랄 수 있는지
다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순간 자유다
하지만 이게 참으로 알면서도 내것으로 만들기 힘들다
밤바다에 둥둥 떠있는 시간이 참 낭만적이었다
부드러운 바람
빛을 받아 반짝이며 출렁이는 바닷물
그리고 해안의 화려한 야경
달콤한 휴식시간이었다
그 평화가 느닷없는 통화소리로 산산히 부서졌다
스무살 남짓한 큰애기였다
우리앞에서 친구와 통화를 하는데 이건 소리로 뭉친 몽둥이를 마구 휘두르는 것 같다
큰 목소리, 거친 말, 긴 시간 모든 것을 다 갖추었다
말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불편해하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별 반응이 없다
그 옆에 있는 애기 안은 젋은 아낙과 나이든 아주머니도 개의치 않는다
그 사람들을 보니 내가 예민하게 구는 것 같다
견디기 힘든 시간이 십분넘게 계속되더니 그래도 끝은 있었다
통화를 끝내는 큰애기가 어찌나 고맙던지 하마터먼 고맙다고 할 뻔 했다
근데 이 아가씨 통화를 끝내더니 옆에 있는 애기에게 웃으며 장난을 건다
그랬다 그들은 가족이었다
만일 이쁘니가 저렇게 행동했다면 난 절대 그냥 보고 있지 않았을것이다
생각할 수록 놀라운 가족이었다
결국은 내가 갖고 있는 틀을 내려놓아야 내가 편안해진다
그래도 이정도는 지켜야 하는거 아닌가 하면서 마지막까지 미련을 버리지 못 하는 틀까지도 내려놓을 때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훌훌 자유로워지는거다
세상을 내다보는 틀을 이것저것 너무 많이 가지고 있는 내가 풀고 풀어야 할 숙제다
어느 틀을 버려야 하는지 고민하지 말고 무조건 다 내려놓을 것
여수밤바다의 큰애기가 나의 역행보살이 되어 나를 가르쳐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