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박제동의 손바닥아트를 보다가 그림 하나에 꽂혔다
둥근 보름달을 살짝 가린 구름이 운치있는 바닷가에서 여럿이 자리깔고 앉아 술마시는 그림이었다
이거 한번 해봐야지
한량친구에게 어떠냐고 했더니 예쓰예쓰한다
오 사랑스런 친구같으니라구
봄오기 기다리고
야근끝나기 기다리고
보름달 뜨기 기다리다 드디어 때가 왔다
그런데 장마철처럼 비구름이 두껍다
혹시나 하고 기대를 했지만 구름은 걷히지 않는다
보름달을 볼 수 없을거 같다
그래도 우리는 간다
술잔 두개, 냄새 꿀꿀한 삼합안주 싸들고 달없는 밤바다로 우리는 술마시러 간다
좋을거라고 상상은 했다
하지만 이렇게 좋을 줄 몰랐다
바다바람과 파도소리 향긋한 바다비린내
바다와 하늘이 이어져 먹빛장막이 드리워졌다
열린듯 아늑한 밤바다의 기운
술을 마시기도 전에 나는 취하고 만다
백세주와 소주를 섞어 오십세주도 만들고 칠십세주도 만들었다
취해 누워 바라보는 밤하늘이 가깝다
두꺼운 구름속에서 별하나가 살그머니 빛을 보낸다
다른 별들은 구름핑계대고 푹 쉬고 있는데
소심한 그 별은 그래도 먼길 온 우리를 생각해서 불을 켜주나보다
그런데 그 별이 올챙이처럼 헤엄을 친다
동쪽으로 막 가다가 이제 남쪽으로 또 막 간다
한량친구도 보고 나도 본 헤엄치는 별
오십세주 마시고 바다에 누워야만 볼 수 있는 헤엄치는 별
밤바다를 산책하는 사람들까지 있어
무섭지도 않아 오래오래 밤바다에 머물렀다
밤안개가 신비스럽게 드리워졌다가 사라지도록 그렇게 오래오래 바닷가에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