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은 따뜻한데 바람이 차다
탁이랑 이쁘니 데리고 엄니네로 만두를 만들러 간다
추운날씨에도 시골버스안이 할머니 할아버지들로 빈자리가 없다
할머니 한분은 할머니만한 강냉이푸대를 옆으로 안고 계신다
그 뒷모습에서 시골명절냄새가 물씬 풍긴다
작년 설에 만든 만두를 냉동실에 넣어뒀다가 기어이 못먹고 버린게 한달쯤 됐다
잘 먹지도 않는 만두를 또 만들자고 하시는 엄니
그래도 명절에는 의례 만두를 빚는걸로 아시니 엄니말씀대로 한다
인터넷으로 검색해본 방법대로 고기만두속엔 부추넣고 김치만두속에 숙주나물넣고 해서 만두를 빚는다
이쁜이랑 탁이가 비행접시만두도 만들고 터진만두도 만든다
엄니가 커다란 돼지저금통을 안고 오신다
이쁜이 대학갈 때 주려고 이쁘니가 초등학교때부터 동전을 모으셨단다
쏟아놓고 보니 백원짜리 오백원짜리가 수북하다
탁이가 한참 걸려 헤아린 돈이 이십구만칠천육백원
우리어머니의 정성을 어찌 따라가고 그 감사함을 어찌 다 갚을 수 있을지 울고 싶어진다
애들 감기걸릴까 무서우니 택시타고 가라고 걱정하시는데 조금 있으면 버스시간이다
겨울바람에 단련도 시켜야한다고 버스탄다고하니
엊그제 예산나오셨을 때 한박스는 무거워 못사고 다섯개 사오셨다는 쌍화탕을 챙겨주신다
갖구가서 데워먹구 자라고 몇번을 말씀하시는 엄니
"이쁜아 할머니가 모으신 동전이 정성인거 알지?
모으는 순간순간이 할머니기도인거야
그 덕분에 우리이쁜이가 이만큼 잘 된거고"
우리 이쁜이가 내 말을 다 알아듣는다
넘치게 받고 산다
감사하고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