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산행 셋째날
"탁아 일어나자"
두번 째 말에 탁이가 벌떡 일어나 세수하러 간다
투정 한번 없는 그 뒷모습이 너무나 대견하고 흐뭇하다
이제 다 컸네 우리탁이
무섭다면서도 불평한마디 안하네 아이구 기특해라
속으로 감탄하고 있는데 세수를 하면서 탁이가 말한다
"엄마 나 진짜 혼자 가는거 무서워"
ㅋㅋ 아직은 조금 애기구먼
"엄마가 데려다줄까?"
"응"
"그려 탁이덕분에 엄마도 아침운동하네"
겹겹이 껴입고 버선신고 모냥 빠지는 털모자 푹 눌러 쓰고 탁이랑 함께 나섰다
아침 공기가 생각보다는 차갑지 않다
그리고 곳곳에 가로등이 있어 생각보다 덜 깜깜하다
"야 이렇게 환하구먼 뭐가 무섭냐"
"여긴 괜찮은데 이따 저기 가면 얼마나 무섭다고 차도 안다녀 불켜진 데도 없어"
조금 가다보니 그곳은 정말 그랬다
산모퉁이를 돌아가는 곳이라 껌껌하고 차도와 인도가 분리되지 않아 위험하기도 했다
우리탁이가 어제 그제 이 길을 혼자 갔구나 생각하니 미안하고 안쓰러웠다
"다른 애들은 다 차타고 와"
어제 그말 듣고도 이십분 정도면 걷기 좋은 거리라고
새벽길을 혼자 걸으며 우리탁이가 정신도 마음도 다 맑아질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에게 차가 없어 탁이는 걸어서 약속장소까지 간다는 것이 크게 슬프지 않았다
차 없는 것이 탁이에게는 오히려 더 좋은 일이라고까지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고
우리탁이는 이곳을 지날 때 우리집이 차없는 것이 슬펐을거 같다
우리 탁이 그런 내색을 전혀 하지 않는다
우리 탁이 원한다면 이 새벽길을 같이 다녀야겠다
탁이 혼자서 해봐 강해져야 해 하며 등떠밀어야 우리탁이가 씩씩하고 든든한 남자가 될 수 있을거 같긴 한데
그 생각만으로 혼자 가라고 하기에는 내가 많이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