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시장 골목길 안에 불난 후 방치되어 있는 상가가 있다
콘크리트 기본골격에 남아있는 거라고는 창틀과
지하입구에 빼꿈 열린채 매달려있는 화장실문뿐이다
허물 요량인지 몇년째 손을 대지 않고 있는 빈집이 지날 때마다 괴기스럽고 을씨년스럽다
더 망가질 것도 없겠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아침 출근길에 보니 나무창틀이 완전히 분리돼 주저 앉았다
콘크리트벽에 난 창문크기대로 딱 맞게 끼워져있던 나무창틀이 그 모양대로 조금씩 줄어들다가
드디어 다 썩어 떨어져나간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내것이 아닌 것은 저렇게 떨어져나가는구나
그러고보니 밤색페인트가 비늘처럼 벗겨져 본래 나무판이 드러난 화장실문도 새삼 눈에 들어온다
저런거였다
본래 내 것이 아닌 것, 나를 꾸미기 위해 존재했던 것들은
때가 되면 결국 저렇게 떨어져나가고 원래의 내가 드러난다
나에게도 내것이 아닌데 내것인 것마냥 존재하는 것들이 있겠구나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본래의 나만 간추리며 사는 것도 지혜롭겠다 싶다
나를 얼마나 내비두면 그리 될까
본래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상념이 많은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