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음악회의 승무라니 기대 충만이다

대금소리를 밟으며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울 그녀가 무대로 올라오는 모습에 설레였다

그러나 외로 숙인 고깔을 들며 뽀얀분칠에 붉은색 입술로 살짝 웃는 그녀는

장삼이 전혀 슬프지 않는 요염한 젊은여인이었다

대금소리는 가슴을 헤집고

낭송으로 흐르는 조지훈 시인의 승무는 애절한데

그녀의 춤사위는 어쩌지 못하는 정염으로 흐느적거렸다

무슨 승무를 저리 춘다나 보기가 민망하네

내가 선택하여 기꺼이 가는 수행의 길이지만

자꾸만 뒤돌아보아지는 속세의 미련을 느리게 느리게 풀어가는 춤이 승무 아닌가

고깔을 쓰고 외씨버선을 신었지만 번민이 없는 그녀의 춤사위는 승무의 감흥이 일지 않았다

장삼과 느린동작으로만 남는 승무의 허전함이 오래오래 씁쓸했다

 

그녀의 춤이 너무 아쉬워 승무를 알아보니 그녀가 터무니없이 춤을 춘 것만은 아니었다

황진이가 지족선사를 유혹하려고 요염하게 추었던 춤이 승무의 시작이라는 설도 있었다

그 설에 기댄다면 산사음악회의 그녀는 황진이류 승무를 훌륭하게 춘 것이 된다

감동할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이 감동한다

안타까운 승무에 코드를 맞추고 감동할 준비를 하고 있는 나였으니

그녀의 정염으로 가득차 보이는 승무는 당연히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는 일이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무대위의 그녀를 영혼없이 동작만으로 춤춘다고 흉본 것이 미안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잣대를 들이댈수록 참 실수를 많이 하는구나

나는 무식하니 판단할 때 신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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