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택으로 봉사활동을 하러 간 탁이가 도착한지 얼마안됐는데 전화를 걸어와 투덜거린다

하기 싫어 가구 싶어 꿍얼꿍얼

많이 속상하다

게임하는 것마냥 재미난 일은 아니지만 해야 할 일이니 이왕 하는거 즐겁게 하면 좀 좋아

우리탁이가 이정도밖에 안되나 

내가 탁이를 너무 오냐오냐 키운건 아닐까 

한번 따끔하게 혼내야지 

 

나중에 선자언니랑 통화해보니 같이 간 친구들 셋이가 모여서 설렁설렁 어지간히 농땡이를 부렸나보다

아 진짜 우리탁이 정말 아니네 실망두 되고 화도 나고 심사가 복잡했다

그런데 퇴근해 탁이말을 들어보니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다

거기 너무 싫어로 시작한 탁이말에 의하면 관리사무실에 가자마자 슬리퍼신고 왔다고 혼났다는 것이다

헐~ 그건 아닌데

가자마자 혼났을 아이들을 생각하니 내가 다 억울하고 화가났다

고택이 묘소가 있는 곳이니 일반 유원지와는 다르게 단정한 마음가짐으로 가야하는건

이해를 하지만 봉사활동하러 가는데 의복까지 갖춰입어야 한단 말인가

설령 그분 생각에 그것이 반듯한 예절이어서 학생들이 지켜야 할 도리라고 생각했으면

그렇게 만나는 댓바람에 혼내는거 말고 다른 방법을 찾았어야 했다

더구나 봉사활동하겠다고 찾아간 학생들 아닌가

봉사를 방학숙제로 내고 의무감에 그 숙제를 하느라 억지로 나선 아이들이긴 하지만

그래도 고택에 도움을 주려고 찾아온거다

봉사라는 의미를 배우기 위해 나선 아이들이다

교육적인 차원에서 먼저 아이들을 잘 왔다고 맞이해주고나서

선생에 대해 설명도 해주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예의를 가르쳤더라면

그 시간이 서로에게 얼마나 의미가 있었겠는가

그 사람의 상식으로 아이들이 슬리퍼를 신고 온 것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면 참 할말이 없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이 다른 모든것 생략하고 우선 혼낼만큼 큰 잘못은 아니다

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마을이 필요하다는데

남의 아이라도 그 입장을 조금만 배려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너무나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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