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불전에서 백팔배를 작정하고 서른번쯤 했을 때다

개인등 밝힌 곳 옆이었는데 할머니 한분이 혼잣말씀을 하신다

"이게 당최 보여야지 아이구"

짧게 고민했다

계속 절을 해야 하나 중단하고 찾아드려야 하나

"제가 찾아드릴게요"

"아이구 그래줄류? 고맙기도 해라 0000번이유"

책 글씨 두배정도 되는 크기의 글씨는 나도 찾기 복잡했다

"여깄네요 0000번 아무개 아무개"

할머니에 비할건 아니어도 찾아내니 어찌나 좋은지

"0000번 맞쥬? 그려 그거네 우리 아들하고 손자여

이렇게 확인하고 가니 좋네 아이구 고마워유"

다시 이어 절을 시작하는데 갑자기 울컥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할머니의 마음이 애틋하다

부처님전에 아들손자 이름으로 밝혀놓은 불을 확인하고 싶은데

눈이 어두워 보이지 않으니 그맘이 오죽 답답하셨으랴

이렇게라도 누군가 있어 부처등 밝게 켜진거 확인할 수 있으니 그 마음 얼마나 뿌듯하셨으랴

그 아들 손자에게 할머니의 기원이 전해지기를 같이 기도했다

그 할머니 때문인가 나도 등불을 켜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언젠가 회비 안내면 켜놓은 불을 끈다는 소릴 듣고 스님들이 야박하다는 생각이 들어

불밝힐 생각은 아예 접어두고 있었다

그래서 엄니가 탁이등을 켜놓으셨어도 마음만 감사했다

그런데 오늘 이쁜이 등을 켰다

간절한 마음들이 켜놓은 등이 모여있는 부처님전이니

그 정성의 기운이 이쁜이와 탁이를 잘 보호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오늘 부처님께 절하면서 감사했다

이쁜이와 탁이가 너무나 이쁘고 건강하게 자라도록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게 주신 모든거 참으로 감사합니다

지혜롭지 못한 에미곁에서도 참으로 이쁘게 자라는 아이들입니다

제눈에는 맑고 환한데 지혜롭지 못한 에미라 제가 보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을 겁니다

그 어려움은 부처님이 잘 살펴주시고 도와주세요

탁이와 이쁜이를 생각하며 감사한 마음으로 절하니 마음이 그리 좋을 수 없다

걸음조차 떼기 힘들어 하는 할머니들이 법당을 찾아 절하는 마음이 이런 것이구나

자식과 에미로 만나는 인연이 참으로 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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