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수학 꽤 맞았어
오호 그려? 잘했어
며칠 후
엄마 나 수학 40점이야
뭐? 꽤 맞았다메? 이게 꽤 맞은거여?
그러엄~ 수학시험이 얼마나 어려웠는데!!!
내년에 중학교에 들어가는 아들과 이런 대화를 나누는게 일상이라
굿모닝학교의 줄거리를 읽어보고는 나와는 거리가 참 먼 얘기구나 했다
전교일등, 재단이사장 딸, 자립고 이게 다 뭔 소리여
그런데도 15세이상이라는 조건에도 맞지 않는 탁이를 데리고 궂이 공연을 보러간 이유는
공부에 지나치게 초연한 탁이에게 어쩌면 자극이 될 지도 모른다는 얄팍한 속셈이 있어서다

맨 앞자리에 탁이와 앉아 아주 성숙한 도시의 중3아이들을 구경했다
그 아이들의 생활은 내가 알고 있는 것도 있고 더러는 정말루 애들이 저래? 과장된거 아냐?
할만큼 생소한 얘기도 있었다
부모의 재력 권력이 아이의 뒷받침이 되지 않고 아이를 몰아부치고 닦달하는 폭력이 될 때는
차라리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나를 부모로 둔 탁이가 복이다 하는 생각도 했다
그렇게 강건너 불구경하듯 아이들의 팍팍한 학교생활을 지켜보던 시골아줌마가
주루룩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 것은 아이들이 몸싸움을 할 때였다
경쟁심으로 날카로워진 남학생 둘이 드디어 폭발해 싸울 때
놀랍게도 주변 아이들이 죽여 죽여 붙어 붙어 이렇게 외쳤다
어른들이 누르는대로 눌릴 수밖에 없던 아이들의 분노가 엉뚱하게 친구를 향해 폭발하는
그 모습은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다시 생각해도 서늘한 장면이다

공연을 보면서 이 극은 어른이 봐야한다는 생각을 계속했다
갑과 을의 관계
교사와 학생
교장과 교사
부모와 아이

일방적인 갑만큼 을을 좌절하게 하는게 없구나
회사에서 을인 나는 아이에게는 갑인데 과연 나의 일방지수는 얼마나 될까

가슴속에 품었던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며
아이들이 힘있게 노래를 부를 때
그들중 두명이 탁이의 손을 잡아 주었다
축복이다
내 아이에게 그들의 멋진 기운이 전해졌을테니

탁이가 인생의 뜻을 잘 세우기를 기도하고
제 뜻대로 살기를 기도한다
이 공연이 우리 탁이에게 뭔가를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믿는다
내게는 폭력적인 갑으로서의 내모습을 되돌아보는 아주 중요한 시간이었다
공연을 만든 모든 분들
정말 고마워요

특히 황제니 김국희씨
슬플 때 당신의 입가에 경련이 이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더 많이 울었어요
아이구 지금도 눈물이 나려고 하네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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