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여행 - 이쁜이들
2022년 12월 17일
까똑까똑거리는 소리에 눈을 떴다
이쁜이들단톡방이 시끄럽다
순경이가 서산에 폭설이 내린다고 동영상을 올렸다
그걸 보고 이미 전철을 타고 오는 중이던 미희가 오늘 여행을 망설인다
이까짓 눈좀 온다고 우물쭈물 하다니 시시하구먼
겁먹은 인생은 종친 인생이라는데 가다 말더라도 가는데까지는 가야 되지 않겠나
나만 용감하다
친구들 걱정이 태산이다
결국 서천행을 접고 홍성에서 놀기로 했다
눈은 진작에 멈추고 날씨가 화창하다
길에서는 매 순간이 예측을 할 수가 없구나
평소 제일 안전을 내세우던 양수가 차를 갖고 서천을 가자고 한다
홍성에서 멈추었던 여행이 다시 시작됐다
홍성 서천이 한시간 거리건만 서천에 오니 눈이 어마어마하게 쌓였다
아침에 순경이가 엄살을 부린게 아니었다
눈쌓이고 빙판진 초행길을 그것도 밤에 운전하느라 양수가 고생을 엄청했다
그까짓 눈 조금 온다고 머뭇거리는 친구들을 쫄보라고 흉봤던 것을 반성했다
밤사이 눈이 더 내렸다
삿뽀로 여행을 꿈꿨는데 홍원항이 삿뽀로다
빨간 등대가 있는 방파제길이 소담스런 숫눈길이다
내가 이토록 아름다운 길을 걷다니 영광스러웠다
등대에서 홍원항을 감싸고 있는 숲 사이로 비치는 여명을 바라보았다
이른 아침의 고요함이 성스럽기까지하다
두손 모으고 이 순간 이곳에 있는 나의 행운에 감사했다
홍원항 눈쌓인 언덕길을 양수차가 올라가지 못하고 비실비실 미끄러졌다
더이상 눈쌓인 항구의 낭만을 즐길 수 없는 비상사태다
다행히 그보다 경사가 덜한 길을 찾아 무사히 홍원항을 빠져나왔다
운전베테랑 순경이와 양수가 없었으면 이렇게 근사한 여행은 못했다
다들 한 승질 하는 터라 여섯명이 모이면 반드시 한두번은 울근불근 씩씩거리기는 해도
이렇게 추억이 하나하나 쌓이니 갈수록 친구들이 소중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