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그림자

어리석은 배려

천천히2 2022. 10. 31. 16:11

2022년 10월 29일

천안서 희진언니를 만나 거하게 점심을 먹었다

돌아오는 버스속에서 동생전화를 받았다

어죽 먹으러 가잔다

아직 점심먹은게 소화도 안됐는데도 거절을 못했다

동생이 혼자 밥먹기 싫어 전화한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다섯시도 안돼서 이른 저녁을 먹었다

방사선치료 후유증으로 소화기능이 약해졌다

과식을 해서 속이 영 불편하다

집에 돌아와 누워서 쉬고 있는데 6시경 원숙언니가 놀러왔다

아이구야 

찰밥을 하고 죽순을 볶고 시금치를 무쳐서 한보따리 싸갖고 왔다

며칠전에  통화할 때 치료받는게 조금 힘들다고 했더니

그 말을 흘려듣지 않고 이렇게 자상하게 마음을 써준다

언니가 너무 고마웠다

고마운 마음에 꾸역꾸역 찰밥을 먹었다

맛도 느끼지 못하겠고 속에서 받지를 않는데도 언니를 기쁘게 해주고 싶었다

 

결국 사달이 났다

내 위가 견디지를 못하고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저녁 내내 명치가 아팠다

자두를 데리고 산책을 하고

전기매트로 배를 따뜻하게 하고

마사지건으로 발바닥을 자극하고

훌라후프를 돌리고

스트레칭을 하고 모든 방법을 써서 속을 달랬다

미안하다고 계속 내 몸에게 사과를 했다

남을 배려하느라고 내가 너를 이렇게 힘들게 하는구나

다행이 자정무렵부터 속이 풀어져 편안해졌다

더 큰 일이 일어날 수도 있었는데 이 정도로 견디어준 내 몸이 너무나 감사했다

 

동생이나 원숙언니한테 솔직하게 말을 했어야 했다

그들은 나를 이해해 주었을 것이다

내가 걱정하는 것처럼 실망하거나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흘러갔을 상황이다

그런데 나의 어리석은 생각으로 내 몸이 큰 일을 치를 뻔 했다

어리석은 뇌를 달고 살면서 내 몸이 참 고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