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

2022년 짧은얘기 - 7월 8월

천천히2 2022. 7. 4. 11:15

2022년  미경언니 연옥언니랑 청양 천장호소풍

 

꽃잎인가 했는데 움직인다

희한하게 생겼다

꽃같은 벌레로 검색하니 갈색날개매미유충이다 

천사벌레라는 예쁜 이름도 있다

그런데 중국에서 건너온 해충이다

나무의 수액을 빨아먹어 나무를 죽게 한단다

인간이 우리편이라고 그어놓은 울타리 안에서는 없애야할 적이다

적인데 너무 이쁘다

 

새끼사마귀의 스트레칭

왼쪽으로 쭈욱 오른쪽으로 쭈욱 

 

2022년 7월 4일 

답정너..

2022년 7월 4일

며칠전 할매맥주에서 택호가 탁이랑 나랑 사진을 찍어줬다

탁이가 그 사진을 프사로 하고 있다

이게 뭐라고 엄청 기분이 좋다

 

2022년 7월 20일

삶은 누리는 시간과 견디는 시간의 반복

6월 휴가건으로 한동안 직장은 견디어 내는 시간이었다

마음닦기도 역부족이었다

원형탈모가 왔다

시간은 흐르고 견디는 시간도 점점 끝나간다

오늘 출근하면서 누리는 일상에 대한 감사기도를 드렸다

 

2022년 7월 22일

 

이런 길을 걸었더니

이렇게 됐다

 

2022년 7월 29일

며칠전 기타교실 선생님이 지인의 모임에 가서 기타연주하면서 노래를 하자고 했다

쑥스러워서 못한다고 했더니 이미 약속을 해놨다고 가야한단다

까짓것 해보지 뭐

저녁을 사준다는 말에 대단한 것도 아닌데 싶어서 뭘요 떡볶이나 먹죠 했다

그냥 한 말이었다 설마 떡볶이랴

우리끼리 노래하는 것도 아니고 외부에서 하는 거라 그래도 연습을 했다

드디어 오늘

다섯시반에 만나 내포로 출발했다

선생님이 차 안에서  "저녁을 어떡하나 떡볶이라도 먹고 가야하나"

그 말에 확 빈정이 상한다

와 이양반 내가 떡볶이얘기했다고 진짜 떡볶이를 먹자네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사람이 얼마나 쩨쩨하면 이럴까

모임에서 차려놓은 김밥으로 저녁을 대충 먹었다

아홉시 반쯤 돌아오는 차 속에서

선생님이 다시  " 저녁 어떡하지 떡볶이 드신다메"

우에에에에엑~

 

2022년 7월 30일

어제 기타교실선생님행동이 너무 싫었다

내 마음을 어쩌지 못하고 무례하게 대했다

사람이 싫으니 무례한 행동이라는 것을 알아차리면서도 어쩔 수가 없었다

나에게 무례했던 사람도 내가 싫어서 그랬던 거였구나

나의 어떤 모습에 실망해서 일부러 무례하게 군 것이구나

내가 원인이기도 하고 내가 결과이기도 하다

 

2022년 7월 30일

오후에 약속이 있어서 오전에 엄니네를 갔다

엄니랑 콩국수 해먹고 예산서 두시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기로 했다

버스가 이티 들리고 상삼 들리고 3시쯤 동네에 온다

사십오분쯤 나갈 생각으로 있는데 엄니가 버스가 사십분에 온다고

그러니 삼십분에는 차턱에 나가있어야 한다고 얼른 나가라고 채근하신다

아닌디~하면서 어쩔 수 없이 나왔다

에어콘 틀어서 겁나 시원한 엄니네 두고 순철네집 옆에서 땀흘리며 버스를 이십분이나 기다렸다

 

2022년 8월 2일

한쪽 다리가 불편해 지팡이를 짚은 할아버지가

버스에서 천천히 내리시면서 기사에게 인사한다

"잘 왔습니다"

할아버지 고마운 마음이 가득담긴 인사에 감동했다

 

2022년 8월 15일

문득 큰 것은 더 커보이고

작은 것은 더 작아보였다

 

2022년 8월 18일

전라도닷컴에서 귀신같이 사람 홀리는 글발의 신귀백님이 정단을 인터뷰했다

누군지 전혀 모르는 정단이 노래를 그렇게 잘한대서 유튜브로 찾아봤다

내가 엄청난 것을 건드린거 같다

부활의 덫에 빠져 며칠째 오로지 부활뿐이다

출근할 처지에 두시 세시까지 유튜브를 들여다보고 있는 폐인이 되어버렸다

오늘 아침에는 멜론재생목록에 안녕이 추가됐다

부활이 나에게 네버앤딩스토리가 될거 같다

 

2022년 8월 19일

문학회에서 배우는 대로 글을 고쳐본다

제멋대로 썼던 것을 가지런하게 배열하고 좀더 세밀하게 다듬는다

고친 후의 글이 단정해보인다

대신 활기가 없어졌다

 

2022년 8월 24일

탁이가 고스트어브쓰시마 게임을 한다

사무라이가 휘두르는 칼날에 선혈이 흩뿌려지는 끔직한 게임인데

탁이는 계속 너무 아름답다는 말을 한다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풀

낙엽 날리는 가을 풍경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풀잎

내가 봐도 화면이 정말 아름다웠다

계속 칼을 휘두르며 사람을 베는 탁이가 감성이 맑고 섬세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이게 뭔 말이람

 

2022년 8월 24일

"농사 짓나봐요?"

"왜 그렇게 보셨대요?"

"까맣게 탄게 농사짓는 분 같어요"

원숙언니랑 예당저수지 다섯시간 걷고 홀랑 끄슬렸다

 

2022년 8월 25일

나에게 죽음이란 

우리탁이와 이쁜이와의 이별

딱 그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