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그림자

남기자

천천히2 2022. 7. 1. 11:54

2022년 7월 1일

남기자님한테서 전화가 왔다

충청도사투리에 대한 글을 쓸 수 있냐고 한다

뭔 근거로 나에게 이런 제안을 하는 거지?

광주여행할 때 잠깐 만나 한시간 남짓 얘기를 나누었을 뿐이다

그나저나 내가 가장 사랑하는 전라도닷컴에 내가 글을 쓴다고?

엄청난 일이다

하루 고민했다

용감하게 해보기로 했다

 

전에 엄니랑 참깨디리고 썼던 글을 다듬었다

마음가는대로 손가는대로 형식파괴 문법파괴 해가며 늘어놓은 글을 네모반듯한 틀에 맞춘다

중구난방 자유로운 분위기가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정리가 된건지 긴가민가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그냥 과감하게  글을 보냈다

기획에 맡는 내용인지, 글솜씨가 너무 함량미달은 아닌지 보내놓고 전전긍긍이다

내가 쓴 글이 이렇게 넓은 자리에 공개되기는 처음이다

엄니하고 가을 어느날 참깨디린 정경만 아름답고 글솜씨는 어색하고 생각은 유치하다

좀더 그럴듯하게 쓰고 싶지만 내 마음을 표현하는 재주가 이 정도다

전라도닷컴 때문에 새삼 기가 많이 죽는다

 

나보다 한참 잘난 내가 내 마음속에 있다

그 존재는 엔간해서는 만족시킬 수 없을 만큼 너무 잘났다

현실의 나는 그 앞에서 늘 초라하다

그런 채로 아주 오래 살아서 열등감이 지병이다

 

너무 오래 바보같이 살았다

요즘 움추려 살아온 현실의 나에게 자꾸 바람을 넣는다

해봐 겁날거 뭐있어 안되면 말지 창피할게 뭐있어 네가 이런 사람인걸 뭐 어쩌라구

허상의 나에게도 말한다

헛꿈깨고 현실을 인정해라

좋아도 못마땅해도 어쩔 수 없다

이게 진짜 너다

 

전라도닷컴에 글을 보내고 며칠째 나를 어르고 달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