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그림자

옷을 뒤집어입고 출근했다

천천히2 2022. 4. 20. 11:09

2022년 4월 20일

옷걸이에 걸어놓은 봄옷이 오늘 날씨에 맞겠다

입어보니 팔꿈치 위치에 끈이 대롱대롱거린다

소매를 팔꿈치까지 걷어 입을 때 고정하는 끈이다

근데 이게 밖에 달렸었나? 안에 있었던거 같은데 이상하다

오락가락 내 기억력이 형편없으니 옷이 맞을 것이다

손목 단추를 채우는데 단추가 안쪽에 있다

이 옷이 되게 불편하게 만들어졌었구나 

십년 가까이 입었던 옷인데 그동안 이렇게 불편하게 생긴 줄 몰랐다

 

소매에 실밥이 매달렸다

검지손가락으로 감아 끊어내려는데 짧다

아무래도 옆직원한데 가위로 잘라달라고 부탁해야겠다

이정도로 눈에 띄는 실밥을 그동안 내가 보지 못했네

오늘 이 옷이 되게 이상하다

화장실거울을 보며 느슨해진 스카프를 다시 매다가 그제서야 알게 됐다

옷을 뒤집어 입고 있었다

품이 넓은 진한 잿빛인데다 솔기가 표시가 잘 나지 않아 뒤집어 입어도 표가 안났다

거울 대충 봤으면 하루종일 이런 꼴로 돌아다닐 뻔 했다

 

돋보기를 안쓰면 사물이 대충 보인다

갈수록 지난 일에 대한 기억이 선명하지 않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긴가민가하는 상황에서는 무조건 내가 잘못알았으려니 한다

나에게 좀더 확신을 가져야 할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