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그림자

악연

천천히2 2022. 3. 14. 10:28

2022년 3월 14일

십몇년을 한 사무실에서 근무하면서도 영 적응이 안되는 사람이다

예의없고 안하무인에 지나치게 이기적이어서 사적인 말은 한마디도 안섞고 지낸다

그니가 다른 직원들과는 잘 지내는게 늘 미스테리다

그니도 나를 불편해한다

우리는 서로에게 투명인간이다

뻔뻔한 그니는 나를 전혀 신경쓰지 않는데 소심한 나는 가끔 꿈속에서도 그니를 보고 치를 떤다 

 

요즘 108배를 할 때 유난히 <나의 어리석은 생각으로 악연이 된 인연에게 참회한다>는 말이 선명하다

그니를 생각했다

그니와 내가 악연이 아니라 내가 그니와의 인연을 악연으로 만들었구나

그니의 삶을 시비하는 나의 어리석은 생각이 악연의 씨앗이구나

 

오늘 아침 탕비실에서 그니가 커피잔을 꺼내는 것을 보고 "약 다 먹었나봐" 한마디 건넸다

그니가 한동안 한약먹느라 커피를 안마셨다

평소같으면 서로가 소 닭보듯이 지나쳤을 일이다

한마디 건넸을 뿐인데 그니가 한결 편하게 느껴졌다

그니도 그런거 같다

 

내 어리석은 생각으로 악연을 만들고 있었구나

내 어리석은 행동으로 악연을 만들고 있었구나

내 어리석은 말로 악연을 만들고 있었구나

 

참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