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그림자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천천히2 2021. 11. 25. 11:13

2021년 11월 25일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그래서 하늘 바람이 너희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

서로 사랑하라

그러나 사랑으로 구속하지는 말라

그보다 너희 혼과 혼의 두 언덕 사이에

출렁이는 바다를 놓아두라

서로의 잔을 채워주되 한쪽의 잔만을 마시지 마라

서로의 빵을 주되 한쪽의 빵만을 먹지 말라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거워하되 서로는 혼자있게 하라

마치 현악기의 줄들이 하나의 음악을 울릴지라도

줄은 서로 혼자이듯이

서로 가슴을 주라

그러나 서로의 가슴속에 묶어 두지는 말라

오직 큰 생명의 손길만 너희의 가슴을 간직할 수 있다

함께 서 있으라

그러나 너무 가까이 서 있지는 말라

사원의 기둥들도 서로 떨어져 있고

참나무와 삼나무는 서로의 그늘 속에서 

자랄 수 없다

<칼릴 지브란>

 

탁이와 이쁜이에미는 늘 생각이 많다

다 큰 자식을 두고 품안으로 끌어당기려는 에미본능과

내 품을 벗어나 훨훨 저만의 궤도를 따라가는 자식을 기꺼이 자랑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이성  

두 감정 사이에서 이랬다 저랬다 갈팡질팡이다

부모자식의 인연이 세월이 지나면 에미는 제자리에 있고 자식이 저만큼씩 멀어져가는 형국이라

끌어안고 싶은 에미본능에 치우칠 때는 현명하지 못한 에미인거 같아 자책하고

독자적으로 사는 자식의 모습을 볼 때면 대견하면서도 허전하고 아쉽고 쓸쓸해지기도 한다

탁이와 이쁜이의 삶에 에미가 걸림돌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자식에 대한 그리움이 집착이 되지 않도록 늘 성찰한다

 

이쁜이와 여행하면서 이쁜이와 탁이 그리고 나의 관계가

사원의 기둥처럼 떨어져 있다는 것을 느꼈다

우리는 서로의 버팀목이 아니라 저만의 존재로 우뚝 서있는 기둥이었다 

떨어져있는 그 사이로 바람과 햇빛이 춤을 추고 있어 너무나 행복했다

적당히 떨어져 있는 기둥으로 잘 떠받쳐진 사원이 부모자식의 인연이라 생각하니

이처럼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 세상에 없다

 

칼릴 지브란의 시가 온전한 내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