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로
자두랑 자전거타고 산책하다가 읍내 장터까지 갔다
드문드문 불이 켜져있는 오래된 장터의 남루한 모습이 쓸쓸하고도 정겹다
여로장터국수간판이 고색창연하다
저절로 아주 오래 전의 읍내장 풍경이 그려진다
그시절 그 자리에 나는 없었는데도 나는 밑도끝도 없이 그 시절이 그립다
오늘 퇴근하고 하천둑길을 천천히 걸어 그집으로 저녁먹으러 갔다
나이 많은 주인을 상상했는데 사장님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젊다
내 또래쯤으로 보이는데 설마 이 분이 <여로>를 간판으로 걸었을까
아마도 2대사장님인듯 싶다
손님인듯 할아버지 한분이 느릿느릿 들어와서 가게 안 이곳저곳을 살피는 모습을 보니
내 짐작이 맞는거같다
메뉴가 간단했다
장터국수 비빔국수 칼국수 콩국수
잔치국수가 먹고 싶었는데 식당 안에 손님이 나 혼자여서 이천원 더 비싼 칼국수를 주문했다
내가 앉은 자리에서 살짝 주방이 보인다
아줌마가 국자로 멀국을 떠서 간을 보더니 다시 그 국자로 휘휘 저어가며 야채를 넣는다
코로나시국에 누구는 질색팔색할 광경인데 어지간히 나이든 나는 상관하지 않는다
한참 지나서 단무지 겉절이 칼국수가 내 앞에 차려졌다
멀국이 간간하다
밀가루냄새 물씬 나는 면발도 쫄깃하니 좋다
어렸을 적 엄마가 밀가루를 반죽해서 밀대로 쟁반처럼 둥글게 밀어낸 뒤
착착 접어 채썰어 끓여주던 그 수제비냄새가 난다
며칠전부터 이곳에서 감동할 준비가 되어있던 나는 이 순간 아주 특별한 칼국수를 먹고 있다
사장님한테 식당내력을 묻고 싶었는데 저쪽 안보이는 곳에 계셔서 아쉽게도 대화를 하지 못했다
조만간에 다시 가서 멸치육수에 말은 장터국수를 먹어야겠다
그때는 이 식당의 옛날얘기를 꼭 물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