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니
엄니와 통화하는데
천천히2
2021. 10. 5. 10:35
어제 대술에 갔더니 엄니가 풋고추를 따놓으셨다
읍내장에 갖다 파실거라며 내일아침에 택시를 불러달라신다
엄니가 귀가 어두우시니 택배보낼게 있거나 택시를 부를 일이 있으면 언제나 나한테 부탁하신다
섬김택시호출이 7시부터 열리니 예약하고 알려드리겠다고 찬찬히 설명해드리고 왔다
문제는 아침잠 많은 나다
혹시라도 그 시간에 못일어날까봐 걱정이 돼서 어젯밤 자기전에 알람도 맞추고 타이머도 설정해놨다
오늘아침 느닷없이 전화벨이 울린다
6시 45분이다
엄니다
택시 불렀냐고 하신다
"7시에 해야뎌요"
엄니가 내 말을 못알아들으시고 "안했다고? 못온다고? 뭐라고?"하신다
목이 아프도록 7시를 외쳐도 소용없다
아 엄니는 왜 보청기도 없이 전화를 하신거야
이른 아침 싸우는 것처럼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야 하는 이 상황이 너무 화가 난다
아파트이웃들한테도 미안하다
끝까지 엄니는 내 말을 못알아들으셨다
"뭐라구 하는지 안들려 그냥 나 지금 차턱으로 나가있을테니 택시오라고 해라" 하시고는 전화를 뚝 끊으셨다
아 너무너무 화가나고 너무너무 짜증이 난다
엄니사정을 열번 고려하고 나 늙을거 생각못하는 어리석음이라고 생각을 해도 화가 풀리지 않는다
사람이 늙는 것은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비극인 것 같다
나는 늙는게 너무 싫고 너무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