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남이 하나임을 알게 되어 감사합니다
7월에 안면만 있는 동창이 부가세신고를 부탁했다
친구라고 하기도 그렇다고 친구가 아니라고 하기도 애매해 수수료를 얼마 받나 고민했다
생각끝에 삼만원만 받기로 했다
동창이 입금하겠다고 하더니 입금도 안하고 그뒤로 아무 연락이 없다
팔월말 동창에게서 문자가 왔다
앞뒤 없이 납부서를 잃어버렸다고 다시 보내달라는 내용이었다
납부서를 조회해서 사진을 찍어 문자로 보내주었다
그 뒤로 또 아무 얘기가 없다
동창에 대해서 생각이 많아졌다
수수료입금 약속을 지키기 않은 것은
어쩌면 동창은 입금했다고 착각하고 있을 수도 있겠다고 이해한다
깜빡깜빡 까먹는 일이 우리 나이에는 너무 자연스런 일상이다
내년 1월에 신고하러 오면 그때 얘기를 하든지 말하기 거북하면 그냥 잊기로 한다
그런데 <납부서>건은 영 찜찜하다
왜 고맙다는 말조차 없는거지?
전혀 당연하지 않은 일인데 그 동창은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는거 같다
괘씸한 생각이 들어 다음 신고는 아예 해주지 말아야겠다고 옹졸한 결심을 한다
그런데 동창이 세금신고를 하겠다고 오면 거절할 수는 있고?
그때가 되면 나는 속으로는 투덜거리면서 동창의 세금신고를 할 것이다
뻔뻔한 동창 때문에 자꾸 부아가 치민다
고맙다는 말 한마디가 뭐라고
동창이 고맙다는 말을 안했다고 동창흉을 보다보니 그 끝에 내가 있다
나는 남에게 베푸는 것 없이 도움만 받고 산다
고마움을 모르는 염치없는 사람은 아니어서 늘 감사하며 산다
하지만 때로 내 앞가림에만 급급해 누군가의 배려에 미처 감사하다는 인사를 못했을 수도 있다
아주 아주 많이 그랬을 것 같다
동창도 무슨 사정이 있거나 아니면 지금 마음의 여유가 없는 상황일지 모른다
<뻔뻔한 동창>이 누군가의 친절에 인사를 하지 못하고 지나쳐버린 나의 모습이다
동창에게 품었던 옹졸한 마음을 참회한다
그는 어리석은 나를 돌아보게 해 준 고마운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