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2 2021. 8. 3. 16:45

2021년 8월 3일

꿈을 꾸었다

새 한마리가 커다란 날개를 펄럭이며 내쪽으로 날아왔다

허공으로 팔을 뻗으니 손끝에 와서 앉는다

새의 양 날개 안쪽으로 사람들 모습이 빼곡하게 그려져 있다

두꺼운 털옷을 입었다

꼭 낀 옷을 조심조심 벗겨주었다

벗겨내고 벗겨내고 몇겁을 벗겨내니

얼마나 오래동안 옷을 입고 있었던건지 솜털조차 듬성듬성 난 분홍빛 맨살이 드러났다

드러난 새의 맨살에 닿는 바람과 햇빛이 상쾌할까

그 기분이 고스라란히 느껴졌다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지 하면서도 너무나 좋았다

 

꿈의 여운이 길었다

한동안 행복한 기분을 음미하다가 꿈속의 새가 나였음을 깨달았다

양날개에 수많은 사람들이 그려진 새

두꺼운 옷에 겹겹이 쌓인 새는

늘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긴장하고 사는 내 모습이었다

어찌된 일인지 꿈속에서 내가 나를 자유롭게 했다

전과 후가 확연하게 달라지는 꿈을 꾸고 난 후로 내 마음이 너무나 평온하다

긴장하면 손끝이 떨리는 것도 없어졌다

설명할 수 없지만 분명 나에게 엄청난 일이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