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그림자
소풍
천천히2
2021. 4. 28. 10:15
도시락싸갖고 기타메고 소풍가자고 했더니 언니들이 화답했다
미경언니가 상추에 오이에 풋고추까지 집밥으로 점심을 푸짐하게 준비했다
봉수산에 봄기운이 한가득이다
찬바람 속에서 비리비리 황달걸렸던 연두색 어린잎이 이제 말간 초록으로 싱그럽다
나는 이렇게 아름다운 숲에서 기타치며 노래부를 생각에 한없이 들떴다
그러나 내 생각과 다르게 언니들은 밥이 우선이다
숲속에 진수성찬을 차렸다
상추쌈을 푸짐하게 싸서 볼이 미어지도록 와구와구 머슴같이 먹었다
세상에 이보다 맛있는 밥이 있을까
거하게 밥을 먹고 이제 기타치며 놀자고 했더니 언니들이 우선 한바퀴 돌자고 한다
그러고보니 언니들이 등산화까지 완벽한 등산채비를 하고 왔다
나는 빨간 꽃신을 신었다
언니들과 나의 동상이몽이로구나
정겨운 봉수산 산길을 걸으며 노래를 불렀다
기억나는 모든 노래를 했다
어릴때 즐겨 부르다 그동안 까맣게 잊고 살았던 노래도 생각났다
이렇게 좋은 봄날에 이렇게 아름다운 산에서 맑은 동요를 부르니 벅차게 행복했다
미경언니가 화음을 넣어주면 대충 불러도 노래가 예술이 된다
기타로 맺어진 멋진 인연에 감사할 뿐이다
오늘 숲속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부르려던 낭만은 다음으로 미뤘다
그래도 아쉬움이 하나도 없는 하루다
아니아니 아쉬움이 무에야 영화처럼 멋진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