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그림자
너무 늦게 갔다 운주사
천천히2
2021. 4. 7. 17:24
너무 늦게 왔다
불사바위에서 내려다보이는 저 골짜기를 가득 채웠을 천불천탑이
500년 세월 속에서 속절없이 흩어지고 겨우 몇개의 흔적으로만 남아있다
그 흔적도 말끔하게 정리정돈이 되어있어 과거로 시간여행을 하려는 나는 안타깝다
먼 옛날 이곳에 충만했던 기도하는 마음을 상상하며 천천히 거닐었다
무거운 돌을 따고 조각하고 쌓기를 한없이 반복한 육체는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달랑 베낭 하나 메고 숨을 헐덕이며 와불님을 뵈러 산을 오르다
산 중턱에 서있는 돌탑을 보고 놀라 멈춘다
저 돌덩어리를 지고 오르며 하는 기도
나는 그 간절함을 짐작도 못하겠다
다만 그 기도 앞에서 감사한 마음으로 잘 살겠다는 합장할 뿐이다
기도로 쌓은 돌탑 위에 누군가의 기도가 쌓여간다
기울어진 넓적한 바위 위에 돌탑을 쌓았다
조금더 노력하고 조금더 정성을 들이는 기도
돌에 홈을 파고 쐐기를 박은 후 물을 부어놓으면
쐐기가 불어나면서 그 힘으로 돌이 갈라지는데 그것을 돌딴다고 했다
돌을 따 불상을 조각하는 사람이 없는 지금 그 홈에는 쐐기 대신 제비꽃이 피었다
와불님 머리맡에 제비꽃 한 떨기
아름답고 평화롭다
와불님 일어나는 날 새세상이 열린다는데
와불님 표정을 보니 아직은 일어나실 생각이 없는거 같다
나도 아직은 세상이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