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그림자

공원에서 춤을

천천히2 2020. 8. 31. 10:22

코로나로 댄스학원이 문을 닫았다

선생님이 무한천변 다리밑에서 수업을 하자고 제안하신다

"춤출 수만 있다면 어디든 콜입니다" 호기롭게 대답해놓고 망설인다

사람들 많은데서 어떻게 춤을 추나

공공장소에서 음악 크게 틀어놓으면 민폐일텐데

코로나시국에 모여서 춤추면 남들이 뭐라구 할지도 몰라

시간은 다가오고 마음이 주춤주춤한다

내가 한 말에 책임은 져야한다

시간맞춰 자전거를 타고 무한천변으로 갔다

선생님을 포함해 모두 다섯명이 나왔다

이 상황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뻘쭘하다

그래도 내가 쭈빗쭈빗거리면 내꼴도 우습고 동료들한테도 피해가 될거다

최대한 당당하자

아무렇지 않은 척 익숙한 음악에 맞춰 춤을 추었다

바람이 분다

가랑비도 내린다

탁 트인 야외에서 바람맞으며 춤을 추는 기분이 너무나 근사했다

창피하면서도 즐거웠다

수업이 끝날 때쯤 비가 마구 쏟아졌다

댄스의 즐거움으로 만땅 채워진 나는 쏟아지는 빗줄기가 상관없다

망설임없이 자전거를 타고 빗속으로 들어갔다

춤추느라 달아오른 열기를 시원한 빗줄기로 식힌다

후련하고 자유로웠다

 

남의 이목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나의 소심한 성격을 고치고 싶다

야외에서 춤을 춘 것은 소심한 성격에 대한 작은 도전이었다 

나는 도전했고 멋지게 성공했다

오늘 보이지 않은 족쇄 하나 풀린 것 같아 기분이 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