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그림자
발씻는매트
천천히2
2020. 6. 30. 10:08
인터넷을 구경하다 우연히 발씻는매트를 봤다
허리굽히지 않고 발을 닦을 수 있다는 말에 콧방귀를 꼈다
아니 사람들이 발 닦는게 무슨 대단한 힘이 든다고 이런걸 만들어내고 그걸 또 돈주고 산다나
손안대고 발을 씻는 물건을 보며 너무 편한 것만 추구하는 세태라고 한탄했다
이쁜이네를 갔는데 이게 있다
발전용세제도 있다
어이구 울애기가 이걸 샀네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궁금하다
발전용세제를 뿌리고 거품을 내고 디디고 서서 요리조리 발을 움직였다
발가락 사이사이를 솔이 들어와 간지르는데 그 느낌이 너무 좋았다
발을 씻었을 뿐인데 마사지를 받은 것처럼 개운하고 나른했다
이렇게 좋은 물건인데 내가 아무것도 모르면서 또 섣부른 판단을 했구나
이쁜이가 내가 발씻는매트에 무한감탄하는 걸 보고 바로 사줬다
요즘 매일 저녁 '허리굽히지 않고' 발씻는매트 위에서 트위스트 추면서 발을 씻고
예전보다 훨씬 보들보들해진 발바닥을 만지면서 행복하다
욕실에 들어갈 때마다 발매트를 보며 괜히 좋아 방긋 웃는다
낯선 것을 대할 때 내 잣대로 하는 섣부르면서도 단호하면서 어리숙한 판단
참 고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