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벳 - 베낭과 케리어
8박9일 여행에 필요한 준비물을 베낭에 담았다
웃옷 4개
긴바지 3개 반바지1개
속옷과 양말과 세면도구
우산과 물휴지와 책 한권
폴라로이드필름5통
애기들에게 줄 양말 10개와 티벳여인들이 좋아한다는 팩 15개
그리고 슬리퍼
어디를 가든 잘 먹으니 먹을 걸 따로 준비할 생각은 아예 하지도 않는다
꼭 필요한 것만 추렸는데도 베낭이 꽉 찼다
라싸에 도착한 날 저녁으로 만두를 먹는데 유난히 향신료냄새가 강하게 느껴졌다
밤이 되니 머리가 아프고 속이 울렁거린다
고산병이다
고산병약을 준비하지 않았다
동네약사가 건강한 사람은 고산병이 안올 수도 있다는 말에 난 필요없겠구나 자신했다
고산병이 오니 당황스럽고 이 몸으로 앞으로 어떻게 여행하나 너무나 걱정된다
잠도 못자고 뒤척뒤척 괴로워하다가 두시경에 다 토하고 나서야 조금 진정이 됐다
고생을 하고 나니 음식을 먹기가 무서워졌다
여행 내내 흰죽과 향신료가 안들어간 음식으로만 가려 먹었다
먹는거 갖고 이렇게 고생하기는 처음이다
길동무들이 별의별 것들을 다 챙겨준다
고산병약을 열흘치 조제해온 희정씨가 약을 줘서 최악의 상황을 면했다
그 약이 없었더라면 어쩔 뻔 했나 아찔하다
형실언니 가방은 도라에몽주머니다
땅콩호두 누룽지 오이 토마토 생강차 초코렛 등등 간식이 여행기간 내내 끝도 없이 나왔다
고산병에 시달릴 때 형실언니가 준 뜨거운 생강차는 눈물날 만큼 감동이었다
개구장이 같은 계영쌤 가방도 화수분처럼 간식이 나와 키토산이 든 홍삼까지 얻어 먹었다
계영쌤이 준 컵라면스프를 뜨거운 물에 커피처럼 타먹었을 때의 그 황홀함이라니
앞으로 여행에 라면스프는 필수다
칭짱열차 안에서 희정씨가 준 고추장으로 현지 컵라면을 면만 익혀 비벼먹고 도시락을 사서 밥만 비벼먹었다
고추장을 게걸스럽게 먹으면서 그동안 고추장 싸갖고 여행가는 사람을 속으로 흉봤던 내가 어찌나 부끄럽던지
여행고수들을 길동무로 만나 내가 너무나 큰 신세를 졌다
내가 복을 지은 것도 없이 이런 인복을 받았으니 고맙다는 말을 해도해도 부족하다
내 한몸만 건사하는 베낭은 이제 포기하기로 했다
최소한의 짐만 지고 혼자 자유롭게 여행하는게 좋아 할머니가 되어서도 베낭 짊어지고 다닐 생각이었는데
약간의 자유를 포기하고 길에서 만날 누군가를 위한 여지를 여행짐에 추가하기로 했다
나를 많이 가르쳐준 티벳여행이다
서울형실언니가족 광주계영광영쌤 여수희정
함께 여행한 추억이 날마다 새록새록 그립고 고마운 나의 길동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