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그림자
티벳 - 암드록쵸호수의 소풍
천천히2
2019. 8. 16. 17:15
밤새 비가 내리더니 구름이 산봉우리를 덮었다
이곳에서 하늘빛 암드록쵸 호수를 내려다보면 장관이라는데
우리는 하얀 안개바다 위에 서있다
기사 놀부가 어떻게든 호수를 보여주려고 내려오던 길을 유턴해서 다시 한번 올라갔지만
희정낭자만 짧은 순간 흩어진 안개사이로 나타난 호수를 보았다
구름속에서 내려온 우리차가 암드록쵸 호수가에서 멈춘다
사진을 찍으라는 배려인가 했는데 티타임이라고 했다
버터차가 든 보온병과 뜨게질로 짠 주머니 안에 든 과자바구니
이렇게 낭만적인 소풍은 생각도 못했다
희정낭자에게 노래를 청했다
천진난만한 희정낭자가 푸른 호수를 바라보며 노래를 부른다
처음 부른 넬라판타지아가 너무 못했다고 오솔레미오를 다시 부르는 희정낭자
암드록쵸 호수에서 사운드오브뮤직을 찍었다
희정낭자와 어젯밤 대화를 튼 것이 기막힌 타이밍이다
룸메이트였지만 첫날은 어영부영 지내고
둘째날은 내가 고산병으로 괴로워 별 대화가 없었다
어제저녁 잠깐 대화를 하던중에 희정낭자가 이탈리아에서 성악공부를 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그 대화가 없었더라면 어찌 오늘 노래가 있었을까
우연히 일어나는 일들이 퍼즐조각처럼 하나하나 맞춰지면서 우리 여행이 기막히게 멋진 그림이 된다
티타임을 마치고 차에 오르니 마치 우리소풍이 끝나기를 기다려 준 듯이 빗방울이 떨어진다
그 타이밍에 나는 또한번 놀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