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그림자

티벳 - 먼 고향에 다녀왔다

천천히2 2019. 8. 14. 14:08

 

 

 

 

 

 

 

 

 

 

 

 

 

 

 

 

서너걸음에 멈추어 온 몸을 땅에 대고 엎드려 기도하기를 반복하며 

한없이 걷는 사람들의 다큐 <영혼의 순례길>

과문한 나는 이토록 낮은 자세로 정성을 들여 간절하게 기도하는 이들을 본 적이 없다

티벳사람을 만나러 가야겠다

다큐를 본 작년 팔월부터 티벳을 그리워했다

 

공항에서 티벳사람 따시가 하얀 수건을 목에 걸어주면서 시작된 일주일간의 티벳여행

조캉사원 둘레길에서 차가운 비를 맞으며 오체투지 하는 이들

손바닥이 빨개지도록 박수를 쳐가며 열정적으로 토론을 펼치던 붉은 옷의 스님들

빙하와 하얀 눈으로 덮힌 티벳의 높은 산

구름속에 있는 산등성이를 넘어 만난 암드록쵸 호수와 그곳에서의 깜짝소풍

탁이와 이쁜이의 행복을 적은 타르쵸가 바람에 맘껏 나부낄 때의 벅찬 감동

느닷없이 찾아온 한 무리의 이방인들을 환대해주던 산골마을 어느 집의 그분들

모든 순간이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다웠다

 

칭짱열차를 타고 청두로 돌아오면서 천천히 오래오래 티벳과 이별했다

한순간이 아쉬워 창밖으로 이어지는 티벳의 산을 바라보고 또 바라보았다

어느 순간 오래전부터 뜻을 이해하지 못했던 한 문장이 환하게 밝아졌다

<산처럼 순수하고 힘차라>

산은 순수하다

자신이 품을 수 있는 것만 간직한 채

내것이 아닌 것은 비와 바람에 실어 흘려보내고 군더더기 없는 모습 그대로를 드러낸다

오랜 세월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으로 당당하게 서 있으니 산은 강하다

그런 산에 깃들어 살고 있는 사람들도 산을 닮아 그러하겠구나

기적같은 <영혼의 순례길>이 비로소 선명하게 이해가 됐다

 

여행이 잠깐 머무는 그곳에 대한 이해이거나 오해의 과정이라면

나는 지금 티벳을 아름답게 오해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괜찮다

이것은 사랑이니까

 

중국의 그늘에 가려진 티벳의 현실이 너무나 마음 아프다

티벳을 위해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