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니
인터넷으로 커피를 샀다가
천천히2
2018. 11. 5. 11:00
지난주에 엄니가 커피를 사다달라고 이만원을 주셨다
인터넷으로 커피와 땅콩차를 주문해 대술로 배송시켰다
택배가 도착한 날 저녁에 엄니한테서 전화가 왔다
"네가 커피보냈냐?" 목소리가 냉랭하다
"담에 올 때 사오랬더니 급하지도 않은걸 택배로 보내냐?"
"인터넷으로 사면 더 싸길래 그랬어요"
귀가 어둔 엄니가 잘 못알아 들으시고 그냥 전화를 뚝 끊으신다
엄니가 전에 어디서 땅콩차를 타줬는데 맛있더라 하시길래 내딴에는 마음 쓴다고 땅콩차도 같이 샀는데
좋아하시지도 않고 오히려 화를 내시네
이것이 뭔 일이랴
미경엄니가 나를 보더니 "시어머니가 며느리가 커피를 택배로 보냈다구 뭐라구 하시대"한다
엄니가 오늘 다른 날보다 저기압이었던 이유가 이것이었구나
엄니는 내가 커피를 택배로 부친 줄 아셨던게다
당신은 며느리 돈 아껴줄라고 커피값도 부담 안시키는데
며느리라는 인사는 올 때 사들고 오면 되는 커피를 돈들여서 택배로 보내니 부아가 나셨던게다
한심한 며느리 혼자 알고 있기 속터져서 동네아줌마들한테 하소연까지 하셨다
마늘밭에 가서 엄니한테 차근차근 설명을 했다
"엄니 인터넷으로 커피를 사면 거기서 택배비 물고 보내줘요 커피값도 더 싸구요"
귀가 어두워 잘 못알아들으시니 몇번을 천천히 되풀이한다
"그러냐? 그럼 니가 마트서 사서 보낸게 아니냐? 난 또~" 엄니가 멋쩍게 웃으신다
새삼 엄니한테 설명해 드려야 할 게 많다는 걸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