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순례길
2018년 8월 26일
<영혼의 순례길> 장양감독
몇걸음에 한번 온몸을 땅에 대고 엎드려 절을 하며 천이백킬로미터를 걸었다
눈이 오고 비가 오고 교통사고로 짐을 가득 실은 트렉터가 망가졌다
낙석에 다리를 다쳤다
아이도 태어났다
그 어떤 일이 일어나도 그들은 평온하게 순례를 계속했다
길고긴 시간이 천천히 흘러 마침내 라싸에 도착했다
어린 꼬마가 이렇게 대단한 일을 하다니 너 정말 대단하구나
임신한 몸으로 순례에 나서고 아이를 낳고도 순례를 중단하지 않다니 참으로 훌륭합니다
아이에게도 그보다 더 좋은 일을 할 수는 없을 겁니다 정말 대단한 엄마입니다
부서진 트렉터를 몸으로 끌고 오다니 당신들 진짜진짜 대단합니다
그들을 향해 이런 칭찬이 쏟아져야했다
그런데 그들을 향한 호들갑스런 찬사는 없었다
그들도 성지에 도착한 것을 기뻐할 뿐 드디어 도착했다는 사실에 전혀 흥분하지 않았다
그 모습에 내가 비춰졌다
나는 나의 과시로 가득 차있다
나 이런 일 하는 사람이야
나 이런 일 해낸 사람이야
나 정말 대단하지 않아?
왜 대단하다고 말해주지 않지?
당신은 나를 질투하는군
난 당신이 그렇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아무 내색하지 않아
난 속이 깊고 겸손한 사람이야
나 이렇게 잘났는데 누구 나를 알아봐주는 사람 없나
인정을 바라는 눈길로 주변을 살핀다
조금만 잘해도 스스로 대견해 찬사를 기대하며 경솔하게 박수를 치고
조금만 실수하면 주변의 비난을 의식하며 더 비참하게 움추러든다
이 유치한 마음이라니
이 가난한 마음이라니
한숨이 난다
누구를 가르친다는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는 이들이
세상에서 제일 막막한 오체투지로 나에게 겸손을 가르친다
타르초 - 바람에 날리는 기도
티벳에 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