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그림자

비쇼스키

천천히2 2018. 8. 22. 14:08


천천히 아무데나 걷다가 공원으로 들어갔다

한 남자가 혼자 계단에 앉아 기타를 치고 있었다

다가가 그의 곁에 앉았다

수많은 사람이 이렇게 그의 곁에 앉아 그와 노래를 불렀나보다

그의 무릎이 반질반질 닳아있다

나도 그의 무릎에 손을 얹고 노래를 불렀다

다정하게 곁에 앉아 노래까지 했는데 그가 누군지 모르겠다

저쪽 벤치에서 러시아할아버지가 뭔가 열심히 메모를 하고 있다

할아버지에게 다가가 저니를 가기키며 후? 네임? 바디랭기지 쇼를 했다

내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 러시아사람 같이 생긴 러시아할아버지가 웃으며 뭐라뭐라 하신다

단 한마디도 못알아듣겠다

맹하게 쳐다보고 있는 나에게 할아버지가 천천히 다시 말씀을 하신다

잘 들으니 마지막 말이 귀에 들어온다

비쇼스키

"비쇼스키????"

할아버지 눈이 커지며 반가워하신다

검색을 해보니 내가 생각한 그 비쇼스키다

독한 보드카에 성대가 다 긁힌거처럼 거친 목소리의 비쇼스키 그 사람이다

어찌나 반갑던지 다시 그의 곁에 앉아 백학을 불렀다

<모래시계> <백야>를 모르는 이쁜이가 <미생>의 비쇼스키는 알고 있었다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비쇼스키를 만나서 너무너무 반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