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그림자

장항선

천천히2 2018. 8. 16. 14:44

 

2018년 8월 15일

영등포역에 도착해서 화장실까지 다녀오고도 기차시간까지 십분정도 남았다

8번 장항선을 두어번 확인하고 계단으로 천천히 내려갔다

금방 기차가 들어온다

시간 참 알뜰하게 맞췄다

기차가 출발하고 얼마 후에 이쁘니전화를 받았다

"이쁜아 조금 늦게 나왔으면 기차 못 탈 뻔 했어 기차가 오분이나 일찍 출발했어"

"뭔소리야? 기차시간이 있는데 그럴 리가 있어? 기차 제대로 탄거야?"

"잠깐만  이거 어디가는거예요?" 옆자리여인에게 물으니

"몰라요 저도 그냥 다른 사람 타길래 탔어요 저는 평택가요"

"아 맞는거 같어 옆에 분 평택가신댜"

그때 뒤에서 아저씨가 말한다

"새마을호 타셔야 하는거 같어요 이 차 뒤에 새마을호 있어요 이건 여수로 가는거예요"

그랬다

8번 장항선만 확인하고 제일 중요한 행선지를 확인하지 않았다

뒷자리 아저씨가 걱정말라고 수원서 내려서 갈아타면 된다고 알려주신다

그래도 불안해 지나가는 승무원붙들고 이차저차한데 수원서 갈아탈 시간이 충분한지 물어봤다

친절한 승무원이 다른 사람 다 들으라고 큰소리로 수원서 갈아타면 된다고

새마을호는 확 표시난다고 그걸 잘 확인하고 타라고 한다

수원역에 도착해 내릴 때 친절한 뒷자리 아저씨한테 감사했다는 인사를 했다

아이쿠 그때보니 내가 앞자리여서 많은 사람들이 띨띨한 예산아줌마가 수원역에 내리는 것을 쳐다보고 있다

수원역이 영등포역만큼 크고 장항선이 다른 선로여서 막 뛰어다녀야 하는거 아닌가 걱정했는데

다행히 내린 선로에서 기다리기만 하면 됐다

오분정도 기다렸다가 익산가는 새마을호인지 확인하고 확인하고 몇번을 확인한 후 타고서 무사히 예산에 왔다

 

전같으면 수원역에서 내릴 때 그 많은 사람들의 눈빛이 부끄러워 몸둘 바를 몰랐을 것이다

덤벙대서 생긴 실수를 갖고 나 스스로를 많이 책망했을 것이다

그런데 뭐 별일 아니다

여수까지 가야했다면 큰일이지만 한번 내렸다 타면 해결 될 작은 문제였다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고 그렇게해서 수원역도 한번 구경하는 거 아니겠는가

심각할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