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그림자

여행에서 만난 음식

천천히2 2017. 8. 11. 17:51

 

 

 

 

담양차부에 도착하니 세시쯤됐다

하루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배가 고파도 담양스런 음식을 찾아 무작정 걸었다

발길 가는데로 한참을 가니 어머나 이런 행운이 있을까

담양오일장이 나타난다

어디가든 그곳의 재래시장이 제일 궁금한데 오는 날이 장날이고 의도하지 않았는데 눈앞에  장터다

나의 여행이 저절로 기가막히게 흘러간다

장구경하다가 시장안 허름한 식당으로 들어가니 또 여기가 나같은 사람한테 안성맞춤이다

작은 식당안에 나이든 아저씨 젊은 아저씨 둘이 낮술을 드신다

전라도 말이 좋은 나는 그들 얘기에 귀를 기울인다

마침 어죽얘기가 나와 슬그머니 대화에 끼어든다

"다 먹어도 그건 못먹는다"는 아저씨한테 "어죽이 얼마나 맛있다구요~" 한마디 거들었다

나는 정많은 전라도 사람이 반갑고

그들은 멀리서 혼자 여행왔다는 아낙이 반가워서 서로가 이물없이 한참을 어울렸다

팥죽 그릇을 싹싹 비우니 양이 부족한 줄 알고 주인아줌마가 더 달라고 말하지 그랬냐고 안타까워한다

여행하면서 꼭 만나야 할 사람들을 만나 너무 좋았다

 

땅끝해안도로 종착지 사구미해수욕장에서 해남으로 나오는 시내버스를 탔다

해남까지 한시간 반 걸리는데 요금이 오천팔백원이다

시내버스 요금을 그렇게 내보긴 또 처음이다

오십이 넘은 기사아저씨는 수습사원이었다

뒷좌석에 선배기사가 선생님으로 앉아 복잡한 시골동네노선을 가르쳤다

들릴데를 한군데 빼놓고 와서 한참을 되돌아가기도 한다

두 분이 나에게 해남안내를 하신다

저기로 가면 어디고 저기 보이는 것이 도솔암이고 대흥사도 좋고 다산초당도 가야되고...

그분들 얘기를 들으니 이박삼일 해남만 작정하고 여행을 다시 와야 할거 같다

신입기사아저씨가 짱뚱어탕을 꼭 먹어보라고 한다

군청 뒤 어디라고 가는길을 자세하게 알려주신다

숨은 맛집인가하고 열심히 찾아가보니 김영희동태찜이다

체인점에 지역메뉴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짱뚱어는 <짱뚱이의 나의 살던 고향은>을 읽은 뒤로 꼭 한번 먹어보고 싶었던 음식이다

음식은 맛으로도 먹고 분위기로도 먹고 성의로도 먹고 호기심으로도 먹는거지

이중 하나만 맞아도 난 아주 감동한다

해남에서 먹은 짱뚱어탕은 그 맛보다도 동글동글 인상이 후덕해보인 버스기사아저씨의 친절함으로 오래 남을 특별한 추억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