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그림자
관방제림길
천천히2
2017. 8. 11. 16:58
관방천 둑에 몇백년된 고목이 길게 늘어서 그늘을 드리고 있는 관방제림길
나무에 두른 명찰띠를 보고 이곳을 관리하는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을 느낀다
천으로 되어 있으니 나무가 아플 일도 없고
세련된 밤색도 나무와 잘 어울린다
더위를 피하는데 둑방 나무그늘만한게 있을까
사람들이 많이 몰리니 널찍한 평상이 제법 많아보이는데 더러 앉을 자리가 없는가부다
틀림없이 어느 노인이 직접 썼을 거 같은 <경노석>평상이 날 웃게 한다
셀프경노석이다
걷다보니 활터가 보인다
살그머니 들어가 구경해도 괜찮냐고 조심스럽게 물으니 흔쾌히 구경하라고 한다
활쏘는 사람 뒤에 서서 나는 마음으로 활을 당기고 과녁을 조준하고 살을 날려본다
활시위를 떠난 화살이 저 먼곳의 과녁을 향해 너울거리며 날아간다
활에 촛점을 맞추는 장치도 없는데 조준을 어떻게 하는지 당최 모르겠다
화살이 과녁에 꽂히지 않고 사라진다
과녁이 특수해서 화살이 꽂히는게 아니라 통과하는 것이었다
딱딱 화살이 과녁에 꽂히는 소리를 잠시 상상해 보았다
과녁까지 백사십미터 라는데 까마득한 거리였다
활시위를 당기는 순간의 긴장감
몇발의 활을 쏘는 동안 내내 침묵하는 고요한 분위기가 주변의 고목과 잘 어울린다
건강한 나무, 쇠잔한 나무, 끝내 잘려 흔적으로 남은 나무
하나하나 구경하며 천천히 긴 관방제림길을 걸었다
듬직한 나무 무리 속에 있으니 마음이 참 편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