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이랑이쁜이랑
나이테
천천히2
2017. 2. 14. 11:47
일요일에 엄니네를 걸어서 갔다
산정리 산자락에 있는 동네로 들어가는 좁은 길이 눈에 들어온다
이 길로 들어섰다가 막다른 길이면 다시 한참을 되돌아 나와야 한다
두 시간을 걸었더니 슬슬 발이 아프다
안 가본 길 앞에서 잠깐 망설인다
"가다가 아니면 말지~ 가보는거야~"
동네 한가운데쯤 담장없는 집 마당에 땔감나무가 수북하게 쌓여있다
나이테가 아름다워 걸음을 멈춘다
살아있는 나무에게서는 절대 볼 수 없는 나이테
베어낸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뽀얀하고 촉촉하다
나무향기가 묻어날거 같아 나이테를 쓰다듬는다
이건 뭐지?
한 나무에 나이테가 두 개다
두 가지가 만나 한 줄기로 자랐다
두개가 하나로 합쳐지는 경계선이 너무나 자연스러워 넋놓고 들여다본다
사진으로만 남겨놓기에는 너무 아쉬워 월요일 퇴근하고 동생이랑 그곳을 다시 찾아갔다
저녁식사 중이던 안주인은 느닷없이 나타나 나무를 얻을 수 있겠냐는 아낙을 뜨악하게 바라보신다
나이테가 신기해서 내 아이들에게 선물하고 싶어 그런다고 하니 긴장을 푸신다
참나무라 단단해서 톱으로도 못자르고 며칠후에 딴데 살고 있는 아들이 와서 전기톱으로 잘라야 한단다
다음달에 오겠다고, 한토막 꼭 남겨달라고 신신당부하고 돌아왔다
우리탁이와 이쁜이에게 선물해 아름다운 사랑을 축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