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그림자

의심하는 마음

천천히2 2017. 1. 4. 13:29

출근하고 바로 모두가 커피를 한잔 마신다

다른 사람은 프림커피를 마시고

나랑 혜경이는 차거름망으로 원두커피를 내려 마신다

오늘 아침 커피를 준비하려고 거름망을 찾으니 보이지 않는다

어제아침에 쓰고서 잘 닦아 식기건조기에 넣어놨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다

본 사람 있는지 물어봐도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다


혹시 유난떠는게 보기 싫다고 누가 버린거 아닐까?

대번에 사무실직원을 의심부터한다

여기 사람들은 자기와 다르게 행동하는 것에 대해 아주 예민하고 껄끄러워한다

따로 원두커피 내려마시는 걸 갖고 충분히 유난떤다고 흉볼 사람들이다

그러니 누군가 심술피느라 버렸을 수도 있다

누굴까 지랄쟁이일까?

과장일지도 몰라 과장이 심통이 보통이 아니지

재숙이도 충분히 그럴 만한 인물이지

한참동안 직원들을 의심하는 것에 골똘한다


우와 나 어떻게 된 사람이야

어떻게 된 사람이길래 이런 해괴망측한 생각을 다해?

아무리 꼴빈다고 어른들이 그렇게까지 유치할거라고 생각하다니 나 정말 웃기다

제 그릇만큼 생각하고 판단하는건데 내가 이렇게까지 졸렬하구나

내가 어지간히 사무실에서 주눅이 들었나부다

주눅들어 피해의식에 빠진 사람의 영혼이 이렇게나 불쌍하구나

하이고~~못났다 못났어

의심이 내 마음의 상태인 것을 깨달으니 망상이 멈춘다


아까 팩스 넣으러 가다보니 총무가 거름망에 차를 우리고 있다

어제 총무가 쓰고서 그냥 책상에 놔두었던 것이다

터무니없는 망상에 빠졌던 내가 부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