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그림자

은주에게 미안하다

천천히2 2016. 11. 16. 14:38

내가 사무실에 들어왔을 때 그 직원은 육년차였다

작은 체구, 소심한 성격인데 주관은 뚜렷하고 개성이 독특했다

사무실에서 온갖 궂은 일은 도맡아서 했다

놀랄만큼 착한 심성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런데 사무실에서 겉돌았다

나이많은 직원이나 그이보다 나이 적은 직원이나 그 직원을 함부로 대했다

면전에서 모욕을 하고 흉을 봤다

내가 보기 안쓰러울 정도였다

저렇게 멸시받다가 상처받아서 자살하는거 아닐까 걱정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의외로 그 사람이 의연했다

여린거 같은데도 내면이 강한 사람이어서 상처를 속으로 잘 삭혔다


그 직원에게서 내 모습을 보았다

소심하고 독특한 자기색깔로 사무실직원 입길에 오르내리고 고집센게 나랑 많이 닮았다

나도 사무실직원들과 겉돌았다

나보다 더 심한 차원의 별종이어서 대화가 통하지는 않았지만

동변상련으로 그 직원에게 마음이 쓰여 챙겨주게 됐다

그런 내가 고마웠는지 나에게 많이 의지했다


그 직원이 편찮으신 어머니 병구완을 하겠다고 삼년전에 퇴사를 했다

나같으면 이 직장쪽으로는 고개도 안돌릴거 같은데 그 직원은 희한했다

퇴사한 후에도 사무실직원 생일을 다 기억하고 선물을 잊지 않았다

지나는 길이라며 지나치게 많은 간식을 사갖고 수시로 찾아왔다

직원들은 그 직원이 어려운 형편이라는걸 알아서 부담스러워했다

넌지시 받는 사람들이 부담스러워하니 지나치게 하지 말라고 충고를 해줬는데 소용이 없었다

내가 답답하고 짜증이났다

9월에 사무실이전했을 때 그 직원이 우리 전부를 식당에 초대해 밥을 사겠다고 하는데는  

더이상 그 직원을 견딜 수가 없었다

속터지는걸 참지 못하고 그 직원에게 말했다

살아가는 방식이 너무 다르다는 생각이 들어서 개인적으로 만나는게 불편하다고

여리고 소심해서 그가 상처받을 걸 알았지만 정말이지 일부러 만나고 싶지 않았다

그러고 그 직원을 잊었다


오늘 아침 과장이 문득 그 직원을 궁금해했다

"식사하자는거 거절해서 골랐나? 요즘 통 안오네"

산책하다 그니에게 전화를 걸어봤다

그사이에 천안으로 직장을 옮겼단다

자기는 사무실직원들이 고맙고 좋아서 그렇게 했던건데 내 말을 들으니 자기가 잘못한거 같다고 했다

그니가 내 생각을 사무실직원 전부의 생각으로 오해하는게 당황스러웠다

나와 사무실직원을 분리해서 사무실직원들하고는 잘 지낼 수 있는거라고 설명해도 이해를 못했다

내가 이 사람과 사무실직원들 사이를 이간질시켰다는 죄책감이 들었다

'이간질로 인해 악연이 된 인연들에게 참회합니다'


그 직원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싶었는데 정반대로 나쁜 사람이 됐다

그이에게 책임지지 못할 관심, 책임지지 못할 연민을 가진 결과다

앞으로 사람에게 신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