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이랑이쁜이랑

탁이알바

천천히2 2016. 10. 31. 09:52

 

탁이가 입대하기 전에 한달동안 제대로 놀겠다고 알바를 그만 한다고 했다

오늘이 알바 마지막날이다 

작년 시월부터 했으니 일년이다

고등학생신분으로 알바를 하겠다고 할 때 걱정을 많이 했다

알바생한테 못되게 구는 주인들이 많다는데 그런 사람 만나서 너무 일찍 사회생활의 쓴맛을 보면 어쩌나

일이 어렵다고 금방 그만 두지는 않을까 생각이 많았다

 

어느날은 손님이 너무 많아서 죽을 만큼 힘들다면서 신발도 못벗고 그대로 현관에 드러누웠다

몇번인가 너무 힘들어서 못하겠다고 쉬운데로 옮기겠다고도 했다

온전히 탁이가 결정해야 하는 일이라 나는 말을 아꼈다

한참을 고민하더니 사모님 주방이모 삼촌이 너무 좋은 사람들이라 못그만두겠다고 했다

다른데 가서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만나기 쉽지 않을거 같다고 말할  때

탁이가 참 좋은 곳에서 일을 해서 감사했다

얼마 전 탁이친구들 하고 같이 술을 마시는데 택호가 탁이랑 민국이가 참 대단하다고 했다

친구들이 모여서 놀 때 같이 어울리고 싶을 텐데도 알바 다 끝나고 열시 넘어서 왔단다

정이 많고 책임감도 강한 우리탁이

탁이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멋진 남자다 

 

알바가 탁이한테 좋은 경험이 된 것이 고마워 식당주인에게 인사하고 싶었다

"탁아 오늘이 탁이 알바 마지막이잖여

우리탁이 처음 하는 알바인데 좋은 분들 만나서 재밌게 일해서 엄니는 너무 감사해

엄니가 사모님한테 송편쪄서 갖다주고 싶은데 어뗘?"

엄마가 촌스럽게 군다고 타박할지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우리탁이가 선선하게 그러라고 한다

여덟시 반쯤 탁이가 한가하다고 지금 오라고 문자를 보냈다 

다큰 아들이 알바하는데 에미가 이렇게 관여하는게 지나친거는 아닐까 잠깐 고민했다

하지만 탁이가 그곳에서 일한 지난 일년이 너무 감사해 어떻게든 인사를 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사모님이 탁이가 일을 너무 잘해줘서 고맙다고 한다

의레 하는 인사인 줄 알면서도 듣는 에미는 뿌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