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이랑이쁜이랑

하노이서 사박오일

천천히2 2016. 6. 3. 15:19

 

베트남에서의 첫식사

먼지도 모르고 시켰는데 입이 떡 벌어지게 나왔다

정신없이 먹으니 주인아줌마가 웃으면서 채소를 더 갖다준다

현지와 위화감 제로인 우리의 식성 브라보

 

 

땀꼭에서 자전거를 탔다

동네 아줌마

 

 

서양사람에 대한 호기심인지

영어공부의 열의인지 호암끼엠호수를 산책하다보면 어린 학생들이 서양여행자들과 이렇게 서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그러고 보니 우리도 예전에 저랬던거 같기도하다

 

 

하노이에서 혼자였던 밤 

먼 나라에 혼자 남으니 약간 불안하고 많이 자유롭고 그보다 더 많이 뿌듯했다

자유로운 내 발

 

 

밤이 되면 연인이 친구들이 가족들이 호수가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얘기를 나누더라

그 모습이 참 정겹더라

 

 

오토바이가 강물처럼 흐른다

평일에는 그래도 사차선 도로를 눈치껏 무단으로 건넜는데

야시장이 열리는 토요일밤에는 도대체 길을 건널 엄두가 나지 않았다

현지인 커플에게 다가가니 남자가 웃으며 에스코트해준다

입이 딱 벌어지도록 놀랍고 신기한 광경이었다

 

 

애기 엄마가 거침없이 바리깡으로 애기머리를 쓱쓱 밀어낸다

반쯤 깎았을 때 다른 아줌마가 오더니 머라머라 떠들며 바리깡에 날을 하나 껴준다

그러면 머하나 이미 애기머리 반은 삭발이 된 것을

그런대도 애기나 엄마나 그냥 재밌기만 하다 

 

 

러시아사람 빅토르는 야시장에서 자신의 사진과 고향마을 풍경사진을 팔고 있었다

베트남에 세번째 왔단다

이렇게 사진을 팔아 여행경비를 버는가부다

털모자 쓴 빅토르 사진 하나 사겠다고 얼마냐고 물으니 니가 결정하란다

하 어려워라

마음으로는 십만동쯤 주고싶었는데 만동줬다

 

 

베트남건축법이 도로쪽으로 난  폭을 사미터로 제한하고 있다

모든 건물이 영화 스튜어트리틀에 나오는 집처럼 좁고 높았다

그러니 사람들이 길에 나와 앉아 먹고 마시고 얘기를 나눈다

가게마다 앞에 목용탕의자가 주르르

사람들이 오밀조밀오밀조밀

 

 

혼자라서 결정하기 제일 어려웠던게 머를 먹을까

이쁜이랑 같이 다닐 때는 먹고 싶은 것도 많더만

혼자 다니니 배도 별로 안고프고 먹고 싶은 생각도 그닥 들지 않았다

몇바퀴를 돌다가 관광객이 안보이는 이곳으로 들어갔다

나중에 알고보니 현지인들의 맛집이었다

혼자 볶음국수를 아주 맛있게 먹고 있는데 앞자리에 두 처자가 앉는다

나와 눈을 마주치고 웃어준다

영어로 몇마디 하다 서로 못알아 들어서 난감해하고 있는데 옆에 처자가 한국말을 한단다

한국에서 팔년을 살았다네

그니한테 베트남에서 여행하면서 궁금했던거를 줄줄 물었다

버스차장이 떠드는사람 혼내기도 하더라고 말했더니 차장이 그런게 있다고 한다

교복입은 학생이 학생증같은걸 보여주면 차비를 안받던데 학생은 버스비 꽁짜냐고 물으니

그게 교통카드 같은거라네

허리둘레 56영화가 주인공이 실제 자기얘기를 찍었다는 얘기도 들었다

며칠동안 궁금한데 말이 안통해 풀지못했던 답답함을 다 풀었다

그니들한테 말했다

나한테 웃어주고 말을 걸어줘서 참 고맙다고

여행지에서 현지인이 웃어주면 너무 행복하다고.

그들과 함께한 시간이 베트남여행의 하이라이트였다

 

 

 

 

손자를 데리고 이발소에 온 할아버지

길거리이발관이 얼마나 정겹던지 곁에서 한참을 바라봤다

이발사만큼이나 집중해서 손자머리를 바라보던 할아버지가 나를 보더니 씩 웃는다

우리손자 이쁘죠? 그런 눈빛

 

 

 

 

롱비엔다리를 건너가는데 바람에 날라갈까봐(내가??) 오금이 저렸다

강한 바람도 무섭고 낡고 부실한 다리도 무서워 덜덜덜

맨온와이어 그 사람은 사백미터 허공을 걸었는데 나는 머냐

그런 생각을 하며 마음을 다잡아도 무서운게 가라앉지 않는다

걸어서 되돌아올 엄두가 나지 않아 올 때는 버스를 탔다

무셔 무셔 아이고 무셔

 

 

한공간에 털옷도 있고 가죽잠바도 있고 반팔도 있는 풍경

남의 눈치 상관않는 담담함이 좋았다

 

 

여행지에서 그 나라 영화를 보는 것은 이쁜이와 여행할 때 빠지지 않는 이벤트

씨지브이틀로 운영되는 베트남영화관에 베트남영화 두 편 외국영화 두 편이 상영중이었다

한편은 공포물 한편은 로맨틱코미디

로맨틱코미디를 보러 들어갔는데 기대하지도 않은 영어자막이 나온다

실화라네

가난한 시골소녀가 모델로 성공하는 얘기

제목 56이 무슨 뜻일까 했는데 영화장면에 허리둘레 재는게 나온다

그니 허리가 56

영화덕분에 베트남의 아주 가난한 시골도 보았다

여주인공이 영화내용의 그 사람이라는걸 나중에 식당에서 밥먹다 알게 되었다

 

 

영화관 근처 아무 정보없이 들른 식당이 완전 대박

꽃잎과 꽃촛불로 장식한 식당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베트남사람들이 참 낭만적이다

 

 

저 사진속 연두색옷 입은 남자가 어찌나 해산물을 맛나게 먹던지 발걸음을 멈췄다

가재 비슷한 것을 가위로 양쪽을 삭 오려내고 등껍질 떼어낸후 속살을 냠냠냠

나랑 이쁜이랑 그 앞에 서있어도 한번 흘낏 쳐다볼 뿐 아무말도 안하고 먹기만 하길래 손님인 줄 알았다

알고보니 이 좌판 주인이었다

장사보다 먹는거에 열중하는 주인이라니

희한한 주인한테 제대로 낚여서 머라머라 하는 그거 한접시 먹고 조개찜도 먹었다

 

 

발로 노를 젓는 뱃사공

 

 

베트남 거리식당

학교가는 아이도 출근하는 아가씨도 백수일거 같은 아저씨도

매일아침 이렇게 길거리식당에서 국수로 아침을 먹더라

 

 

하루먼저 돌아가는 이쁜이를 공항에서 배웅하고 버스타고 돌아오다가

차장한테 롱비엔다리 갈거라고 알려달라고 지도보여주며 바디랭귀지를 했는데 알았다고 끄덕끄덕한다

이제나저제나 사인을 보내줄까 창밖보고 차장보고 하는데

차장은 버스종점이 보이는데도 나를 쳐다보지도 않는다

저니가 까먹었었구나 괘씸해라 허망해라 난감해라

근데 종점에서 내려서 보니 저쪽이 롱비엔다리다

아니 그럼 그렇다고 말을 해야될거 아냐

무심한 차장에 쑥맥같은 아줌마다

 

 

자전거에 싣고 어깨걸이에 매달고 물건을 파는 이들이 모두 여자였다

어깨걸이는 보기만 해도 내 어깨가 아팠다

 

 

80년대에 이십대였던 나에게 베트남사람들은 애틋하다

학생운동하는 친구가 권해 읽었던 책들 속의 그들은 우리와 비슷한 운명이어서 남의 일처럼 여겨지지 않았다

콩다방이래서 빈카페인줄 알았는데 공산주의자 콩다방이었다

벽에 걸린 사진에 울컥했다

 

 

베트남신고식을 치렀다

숙소에 짐을 놓고 나와 시내를 걷는데 느닷없이 저 청년이 내 종아리를 잡았다

머야머야 내가 머 밟았어??? 기겁을 하는데 청년말인즉슨 내 신발옆이 벌어졌다는거다

그러더니 시장바구니에서 도구를 꺼내 막 꼬매기 시작했다

이십만동 달란다

이십만동이면 공 하나 떼고 나누기 2하면 만원이다

우엑~~~~

이 사람이 날 제대로 호구로 보는구나

정색을 하고 웃기지 말라고 뭔소리를 하는거냐고했더니

나더러 얼마내고 싶냐고 한다

음....만동?

이번엔 그니가 화낸다

갠신히 이만동으로 합의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