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그림자

베트남여행

천천히2 2016. 4. 4. 09:56

이쁜이가 여행을 못가게 됐다

나보고 여행을 미루자는데 다음은 다음이고 이번은 이번이니 혼자서 가겠다고 말했다

이쁜이랑 탁이는 혼자서 여행가는 에미가 불안하다고 만류한다

구구절절 말하는 내용이 부모가 자식걱정하는 것과 똑같다

난 잘 할 수 있는데 무슨 걱정을 저렇게 할까 어이가 없다

평소 내가 하는 걱정이 아이들한테는 이렇게 들렸겠구나

걱정을 하지말고 혼자서 여행가겠다는 에미를 존경해달라고 마무리했다

그러고 나서 꿈을 꿨다

이쁜이랑 낯선곳에 갔는데 이쁜이와 헤어지게 됐다

전화도 없고 돈도 없이 이쁜이와 연락이 끊겼다

꿈속에서도 어찌해야하나 너무 난감했다

내가 겉으로는 괜찮은 척 했는데 속으로는 많이 쫄았나보다

 

쫄기는 왜 쫄아

늙어서도 혼자 베낭여행다니는 것이 꿈이면서, 그 기회가 생각보다 훨씬 앞당겨진거 아닌가

하노이에 가서 뭘 할까 검색을 해본다

검색을 할 수록 혼자 여행하는게 만만해보인다

기대가 자꾸자꾸 커진다

나 하고 싶은대로 하고 가고 싶은대로 가고 

내가 원하는 속도로 골목골목을 어슬렁거릴 생각을 하니 자유롭다

정숙이가 혼자 여행가게 된 나를 복도 많다며 엄청 부러워했다

맞다 뭔 복으로 이렇게 재미지게 사는지 나도 얼떨떨하다

 

어제 밤 이쁜이 전화를 받았다

"엄마 나 여행 갈 수 있어 잘됐지?"

잘되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하롱베이도 가자"

하롱베이 안가려고 했다 ㅠㅠㅠㅠㅠㅠㅠ

자유로운 내 다리 두개가 이쁜이랑 묶여 이인삼각이 됐다

울애기랑 같이 호엠끼엔호수를 걷게 된 것은 참 행복한데

혼자 하노이 골목을 어슬렁거리지 못하게 된 건 정말 많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