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그림자

선입견과 직관

천천히2 2015. 12. 22. 11:09

육십은 넘었을 것 같은 여인 둘이다

눈이 유난히 동그랗고 어딘가 주눅들어 보이는 여인이 길을 물었고

단발머리에 모자로 멋을 낸 여인이 와릉와릉한 목소리로 대답을 해준다

가르쳐 주는 말을 잘 못알아 듣는 모양이다

단발머리여인의 목소리가 더 커진다

어딘지 불안해보이는 여인이 주춤주춤 가르쳐주는 방향으로 걸어간다

그니가 얼마큼 가자 단발머리여인이 매표소직원에게 다가가 말을 한다

"미국서 왔다는데 저렇게 해서 찾아가려나 모르겠네 미국 두번 가면 아무데도 못가겠네"

심술궂게 생긴 얼굴에 비웃음이 가득하다

초라한 여인이 미국에서 온 것이 비위가 상하는가부다

 

처음부터 교양없이 크게 말하고 타박하는 듯한 단발머리여인의 말투가 귀에 거슬렸다

내 느낌이 섣부른 선입견인지 직관인지 궁금했다

그니의 목소리, 그니의 말투, 그니의 행동을 유심히 지켜본다

심술궂겠구나

잘난 척 심하겠구나

사무실지랄쟁이가 늙으면 저렇게 되겠구나

다른 사람의 처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자기식대로 해석해버리고

심지어 뒤틀린 자기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떠벌리는

교양없고 무식하고 뻔뻔한 사람이겠구나

 

지켜보니 내 선입견이 맞았다

딱 그런 사람이다

얼굴표정과 말에 사람의 성격이 다 드러난다

저런 사람은 멀리 해야 한다

저런 사람 가까이 하면 애먼 봉변 당한다

 

선입견이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다

경험과 직관이 작용하는 판단이다

선입견을 가지면 좋지 않다고 하는데 내 생각에는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기술인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