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니

엄니랑 온천여행

천천히2 2015. 12. 21. 09:51

열시에 차부에서 엄니를 만났다

십오분에 도고온천가는 버스가 있는데 엄니는 덕산온천이 좋으시단다

덕산온천 가는 차는 55분이다

그 차를 타니 읍내로 돌아 삽교역 들러 싸이판으로 해서 12시에 목욕탕에 도착한다

엄니가 목욕가방 안에서 생강달인 물 한통 홍시 씨 발라낸거 한 통을 꺼낸다

주홍빛 홍시죽이 곱디곱다

종이컵 두 개랑 플라스틱 숟가락 두 개도 꼼꼼하게 챙겨오셨다

엄니는 탕이 넓어서 좋다고 흡족해하신다

홍시도 먹고 생강차도 먹어가메 두어시간 목욕을 했다

돌아올 때는 두시 오십오십분 버스를 탔다

앞자리에 앉은 엄니 고개가 천천히 뒤로 젖혀진다

아홉시차타고 나오셨으니 피곤하실 만도 하다

예산에 오니 세시 사십분

늦은 점심을 먹을까 했는데 목욕탕에서 홍시 한 컵 드신 엄니가 별로 배고프지 않다고 하신다

엄니나 나나 밥먹느니 그 돈으로 택시비하는게 낫겠다고 생각한다

엄니는 택시타고 대술로 가셨다

자가용으로 가면 삼십분거리인 덕산으로 목욕 한번 다녀왔는데 하루가 다 갔다

덕산이 전국으로 이름난 온천지이니 달리 생각하면 온천여행을 다녀온 셈이다

늙으신 엄니걸음으로 느긋하게 여행한거지

차가 없어 겪는 불편한 일일 수도 있지만 차어 생긴 특별한 추억이기도 하다

훗날 오늘이 많이 생각날 거 같다

 

탁이한테 오늘 하루일정을 얘기해준다

"탁아 나중에 엄니가 오늘일이 그리워서 탁이더러 오늘처럼 그대로 온천 한번 가자고 할 지도 몰라

같이 가 줄거지?

"누나한테 전화해줄게 누나랑 가세요~"

그렇지 어린 탁이는 이렇게 느린 속도는 상상도 할 수 없을 게다

나처럼 적어도 오십은 돼야 이해할 수 있는 느긋한 속도

이럴 때는 늙은 내가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