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그림자

나의 가난

천천히2 2015. 11. 30. 09:56

이쁜이한테 카톡이 왔다

오만원짜리 패딩이 있는데 같이 사자는 내용이다

시커먼 패딩이 이쁘지도 않고 질이 좋아보이지도 않는다

이쁜이한테 전화를 걸었다

"엄니가 카드 빌려줄테니까 제대로 된거를 사"

"그럼 나 백만원짜리 사도 뎌?"

이쁜이가 농담을 한다

그런데 내 마음이 그 농담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울컥한다

간신히 아무렇지 않은 척 대답을 한다

"뭔 패딩이 백만원이나 한대니~"

"설마 엄마 그걸 모르는건 아니지?"

이제는 간신히 눌렀던 짜증이 올라온다

"하이고 맘대로 하세요~"

 

이쁜이는 에미가 또 토라졌다는 것을 눈치챘을 것이다

하지만 이쁜이는 에미가 왜 마음이 불편한지는 모를 것이다

며칠전부터 패딩을 하나 사야 되나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근데 생각이 복잡하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 내 옷을 산다는 것에 대한 불편함

추위를 막을 옷조차 없는 사람들이 많은데

더 괜찮은 옷을 사려고 하는게 필요없는 욕심을 부리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

제대로 된 옷 하나 없어 남한테 초라해보인다는 생각

남의 이목에 휘둘리지 말고 내 중심을 세워 살아야 한다는 생각

패딩 하나 두고 시시각각으로 이 생각에 쏠리고 저생각에 쏠렸다

 

낮에 사무실직원 둘이 새로 패딩 샀는데 옷값이 사십만원이다 오십만원이다 한참동안 화제가 됐다

그만한 옷을 척척 사는 그들이 부러웠다

이쁜이가 농담으로 건넨 백만원짜리 패딩에 내가 욱했던 것이 그 부러움의 연장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에미는 십만원쯤 할 패딩을 놓고도 이생각저생각으로 복잡한데

다 컸다고 생각하는 이쁜이는 농담이래도 백만원짜리 패딩을 생각하고 있구나

에미속도 모르는 이기적인 자식같으니라구

자식에게 엉뚱한 원망을 하는 에미는 절대 안될거라고 다짐했는데 내가 어느새 그런 에미가 되어가고 있다

 

조용히 내 마음을 들여다보며 열쇠를 찾아본다

패딩 하나로 이생각 저생각이 많았던 것이 내 가난을 견디는 내 방식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내가 갖지 못한 것에 대해 부러움이나 열등감에 빠지지 않기 위해

반대편에서 가치있는 것을 부단히 찾아내고 있는 것이다

오늘 이쁜이의 농담에 짜증이 확 올라온 것은 아직 마음이 확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쁜이는 해맑게 농담을 했을 뿐이다

 

내가 가난하긴 하지

내 마음속 한켠에 굳이 <가난>이라는 말을 쓰고 싶지 않았던 게지

난 가난하고

나는 자주 가난에 휘둘리고

나는 늘 가난에 휘둘리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지

그래 나는 이렇게 살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