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여행 뒷담화
분홍우산 속에 소녀 있다
쉰한살 늙은 소녀 있다
돌아보지마~~~
초록이 지쳐 단풍.... 나도 단풍......
서천시장에서 회를 샀다
기차역이 어디냐고 물으면 걸어서는 못갈텐데 하는 대답이 돌아왔다
학생 아줌마 아저씨 한결같은 대답이었다
처음 온 서천이니 오래 걸려도 걷는 시간이 여행인거지 여행이 별건가
까만 봉다리 달랑달랑 들고 둘이 걸었다
얼추 한시간이 걸렸다
한량같은 여행객에게는 충분히 걸을 수 있는 시간이지만
일상에서는 좀 무리이긴 하겠다
기차역 벤치에 앉아 회를 먹었다
한시간 숙성된 맛인가 분위기 맛인가
회가 정말 달다
판교에 특이한 점
다방이 안보였다
우리눈에만 안보인건가
집을 나서며 지갑은 까먹는 대신 커피채비는 열심히 한 나
겅중겅중 걸으면 베낭 속에서 보온병이랑 컵이 달그락달그락
옛날 국민학교때 책가방속에서도 이런 소리가 났지
서천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차턱에 길다방을 차렸다
길에서 마시는 따뜻한 커피 향긋한 커피가 참 낭만적이다
여행은 순간순간이 특별해진다
서천아줌마
기차역까지 걸어갈 거 같은 우리에게 멀어서 걸어서는 못간다고 택시타라고 걱정해줬다
이어지는 사설 "이상하네 아까도 누가 기차역 물어보던데, 그때도 바로 여기서 물어봤는데, 그때도 아줌마였는데" 말하는 아줌마도 웃고 듣는 아줌마도 웃었다
마음의 여유가 있는 이런 풍경 너무 좋다
서천아저씨
"회는 안떠주나봐"
우리끼리 하는 얘기에 "왜 안떠줘요 여기서 떠줘요" 싱거운 소리가 들린다
놀라서 쳐다보니 인상 참 좋은 아저씨가 우릴 보고 멀겋게 웃는다
대충 보니 혼자만 한가한 생선가게다
위치가 후미져서 그런가부다
시장 한바투 더 돌고 그 집서 회를 샀다
혼자만 안바쁜거 같아 팔아줘야겠다는 마음도 있었지만
마음의 여유가 느껴지는 아저씨 모습이 더 좋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