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니

받기만 한다

천천히2 2015. 11. 2. 17:08

김장 때 먹을 동치미를 담고 나니 다섯시가 넘었다

정리를 하는데 엄니가 시래기를 된장에 무치신다

파넣고 마늘넣고 들기름 넣고 조물조물

시간이 없으니 볶는건 집에 가서 하라고 하신다

 

"이거 갖구 가서 먹어라"

엄니가 냉장고에서 멸치봉다리를 꺼내 내미신다

지지난 장날에 사신 멸치인데 반정도 남아있다

"엄니 드세요"

"난 여지껏 먹었잖여 렌지다 살짝 돌려서 고추장 찍어먹어"

매실액 넣고 양념한 고추장까지 챙겨주신다

 

집에 와서 엄니가 일러주신 대로 멸치 구워서 고추장 찍어먹고

시래기 볶아 밥을 먹는다

이렇게 알뜰 살뜰하게 챙겨주시는 시어머니

내가 무슨 복이 이리 많은가 울컥 감동한다

 

고봉밥 먹고 배불러 쇼파에 버티고 앉아있는데 이쁜이한테 전화가 왔다

알바끝나고 지친 목소리다

에미는 엄니가 챙겨주신 반찬으로 편하게 맛난 밥 먹었는데

울애기는 객지에서 이렇게 고생한다

엄니한테 받기만 하고 줄 줄 모르는 에미는 딸한테 너무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