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것이 미운짓만 하누나
미운것이 미운짓만 한다
내가 오늘 밥당번이다
다른 직원들 밥 다 먹고 일어섰다
얼른 밥상 치우고 산책나가야 하는데 쟤는 잔소리하느라 아직도 밥을 먹고 있다
내가 뒤에서 기다리고 있는걸 뻔히 알면서도 전혀 상관없이 느긋하게 밥을 먹는다
아휴 미워라
어쩜 저렇게 저하고 싶은대로 하는지 모르겠다
가을햇빛이 맑다
바람이 산들 분다
이렇게 좋은 산책길을 그애 때문에 오분이나 늦었다
화가 난다
걔는 진짜 밉상이다
네팔청년이 열흘동안 머물다 떠나면서 남긴 말
<한국사람들은 일분만 늦어도 화를 내는거 같아요
우리는 한시간이 늦어도 미안하다고 하면 다 이해해요>
그걸 읽으며 맞어맞어 우리는 참 각박하게 살고 있어 맞장구를 쳤다
우리라고 했지만 나는 한껏 여유롭게 산다고 생각했기에 사실 다른 사람들이 그런다고 생각했다
오늘 보니 그 네팔청년이 나를 보고 한 말이다
몇분 늦은 것을 갖고 울근불근 하는 내가 부끄럽구나
그래도 그애는 너무 이기적이야 남을 배려할 줄 몰라
나 산책 나가야 하는거 뻔히 알면서 전혀 신경 안쓰잖아
조바심 낸 거는 내가 잘못한거지만 남을 배려하지 않는 그얘는 정말 너무 뻔뻔한거야
가만, 나는 왜 그애가 나를 배려하지 않은 것만 생각하지?
잘 생각해보면 나도 그애를 배려해야 할 상황이잖아
다른 사람들이 밥 다 먹고 일어났으니 마음이 불편했을지도 모르는데
천천히 밥을 다 먹을 수 있게 내가 그애를 배려해줬어야 하는거 아냐?
탁이나 이쁜이나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었으면 충분히 기다렸을 시간인데
그애라서 나는 전혀 배려할 생각을 하지 않고 화만 낸거다
천천히 걸으며 내 모습을 들여다보니 그애한테 오히려 미안해지기까지 한다
미움과 화를 잘 풀어내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