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그림자

군산여행 - 엄마와 남매

천천히2 2015. 1. 29. 11:22

기차역에서 그들을 보았다

그들도 우리처럼 군산이 처음이고 우리처럼 여행을 왔나보다

엄마가 군산관광안내도를 챙기고 직원에게 뭔가를 물어본다

직원이 말한다

"애들하고 걸어가시기엔 힘들거예요"

시내로 들어가는 버스에서 그들이 우리 앞에 앉았다

어린 남매는 끊임없이 장난을 치고 젊은 엄마는 별 감흥없이 아이들을 바라본다

행색이 그다지 넉넉해 보이지 않고 젊은 엄마의 얼굴은 그늘이 있다

엄마와 아이들이 초라해보인다

 

그들에게서 지난날의 나를 본다

내가 저렇게 쓸쓸해 보였구나

내가 저렇게 초라해 보였구나

아이 둘을 데리고 엄마 혼자 차도 없이 여행하는게 다른 사람 눈에는 초라해 보일거라는 것을 그때도 알고는 있었다

근데 이렇게 눈앞에서 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쓸쓸한 모습이다

 

내 마음이 위축될 때 기죽지 않으려고 더 열심히 아이들을 데리고 길을 나섰다

탁이와 이쁜이에게 아름다운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다

다른데 마음이 가 있는 아빠를 기다릴 시간이 없었고 초라한 행색에 대해 주눅드는 마음은 애써 무시했다

여건이 될 때까지 기다리기에는 우리 탁이와 이쁜이의 어린시절이 너무나 아까웠다

나의 넘치는 의욕을 따라오느라 때로는 길 위에서 벅차하기도 했던 우리 애기들

지금은 그 시간들이 너무나 행복하고 소중한 추억이 되어 나와 우리아이들을 따뜻하게 이어준다

내가 움추러들지 않고 우리아이들을 데리고 길을 나선 것은 내가 살면서 가장 잘한 일이다

시내에서 애기엄마를 다시 만나면 웃어줘야지 했는데 만나지 못했다

그 젊은엄마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