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그림자

오일장

천천히2 2015. 1. 27. 14:45

2015년 1월 13일

아줌마가 빨갛고 작은 프라스틱바구니로 피조개를 건진다

물기를 탈탈 털어 검은봉다리에 담아 저울에 올려놓는다

일킬로그램이 조금 넣는다

두개를 덤으로 넣어주신다

나보다 젊어보이는 아줌마의 행동이 정직하고 깔끔하고 인정있어 나는 감동한다

값을 치르며 고맙다고 많이 팔으시라는 인사를 건넨다

진심 가득한 인사다

지난장에 피조개를 샀던 아줌마 앞을 지나치는데 괜히 으쓱해진다

이 아줌마 때문에 내가 지난 장날 많이 슬펐다

 

아줌마가 커다란 프라스틱바가지로 피조개를 퍼서는 물을 따라내고 저울에 올려놨다

바가지 무게가 꽤 되겠다는 생각이 얼핏 들긴했다

그래도 저울눈금이 일킬로그램 오백이 넘어가 깜짝 놀란다

그런데도 아줌마는 호기롭게 피조개 하나를 더 넣어 주신다

아줌마의 행동을 보며 역시 파장의 인심이 좋구나 속으로 감탄했다

그렇게 마무리됐으면 좋았다

무슨 맘으로 그러셨는지 아줌마가 피조개 담은 봉지를 슬쩍 저울에 올려 무게를 확인한다

오마나 깜짝이야

저울눈금이 일킬로그램에서 멈춘다

정확한 눈금이니 내가 손해본건 없는데 기분이 좋지 않다

아줌마가 꼼수를 부린거 같고 연출된 인심에 우롱당한 기분이다

조개를 사면서 덤으로 크게 덕보고 싶다는 생각 안했다

오히려 추운날 고생하는 모습에서 옛날 오일장 따라 다니며 장사한 엄마생각이 나서 마음이 짠했다

겨울장에서는 물건값갖고 싸다 비싸다 말하면 안될거 같고 덤달라는 군소리는 더더군다나 하면 안될거 같았다

그런 내 순정이 아줌마한테 우롱당했다

마트에서는 누구에게 뭐라고 말 할 것도 없이 혼자 알아서 봉지에 담아

십원단위까지 정확하게 계산된대로 값을 치르면 된다

장에서는 오가는 말이 있고 덤이라도 더해지면 넉넉한 인심에 감동하는 정겨움이 있어 좋다

그래서 가끔 이렇게 정겨움을 가장한 얄팍한 상술에 걸리면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한 기분까지 들어 슬프다

팍팍한 생활 앞에서 한가하게 낭만을 찾는다고 욕먹을 일같지만

어려울 때 더욱 위로가 되는게 마음의 여유인거 같다

그것마저 없다면 사는게 너무 재미없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