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그림자

야메에미

천천히2 2014. 11. 20. 10:08

몇년전 미자가 갖다 키우라고 준 인삼벤자민

화초키우는 재주가 없어 플라스틱화분 그대로 햇빛 잘드는 베란다에 앉혀놓고 물만 꼬박꼬박 챙겨줬다

골골팔십이라는 말처럼

벤자민은 빈약한 가지에 잎파리 몇 개 매달고 무탈하게 그냥저냥 자란다

가지를 좀 다듬어주면 괜찮을까

분갈이를 해줘야 하나 생각하다가도

가지치기는 나 보기 좋자는 욕심같고

분갈이는 일스러워 포기한다

나무 화초가 제멋대로 자란 정원을 보고 손질하지 않는 이유를 궁금해하는 여행객에게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주는 것만 해도 감사해서 손을 못댄다고 대답한 중동의 어떤 사람을 핑계삼아

내맴이 그 맴이라고 애써 나의 방치를 합리화시킨다

 

과감하게 가지치기를 배워야 했다

현명하게 제때 영양분을 챙겨줘야 했다

그래야 다른 인삼벤자민처럼 씨름선수같은 통통하고 듬직한 모양으로 자랄 수 있었다

자연스러움과 방치를 헷갈린 나의 우유부단함으로

우리집베란다의 인삼벤자민은 키만 껑충하니 비리비리하다

 

아무런 준비없이 고3이 되는 탁이를 보면서

내가 요즘 자책하고 있다

나는 지나치게 낙관적이고 지나치게 낭만적인 에미였다

시기를 맞춰 공부를 챙겼어야 했다

탁이가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방법을 몰라 힘들어 할 때 

때가 되면 시작하겠거니, 시작하면 금방 따라가겠거니 나는 태화탕이었다

믿고 기다려주는 현명한 에미라는 착각까지 했다

근거없는 확신만 갖고 아무일도 하지 않은 무책임한 에미

탁이한테 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