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그림자

아름다운 오해

천천히2 2014. 5. 11. 20:42

라디오에서 들은 이야기

그니 엄마는 철쭉처럼 화려한 옷을 입었단다

어린 그니는 촌스런 엄마가 아주 싫었다지

엄마가 싫어 철쭉까지도 싫어할 정도였다지

세월이 흘러 엄니가 돌아가시고도 몇년이 지난 어느날

그니는 엄마의 속내를 짐작하게 되었다네

서른몇에 남편을 잃고 홀로 아이를 키우며 살아야 했던 여인은

봄에 피는 철쭉처럼 마음껏 자기 색깔을 뿜어내고 싶었다는 것을

하지만 그럴 수 없어 봄이 되면 철쭉빛을 닮은 옷이라도 입어야했고

철쭉빛 립스틱이라도 한번 발라야 했다는 것을 그제야 알았다지

 

그런 짐작을 하는 그니가 참 된 사람이구나

오랜 시간이 걸려서라도 촌스런 엄니의 저 깊은 속내를 짐작해내는 자식은

넘의 자식이어도 뿌듯하구나

자식의 이해를 받는 에미가 되어 가슴이 뭉클하다

 

어쩌면 그녀는 그니가 짐작하는 열정과는 아주 무관한 여인이었을지 몰라

억눌린 열정과 상관없이 그냥 철쭉빛을 좋아했는지 몰라 

그니가 어렸을 때 그랬던 것처럼 

또다시 엄니를 오해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지

사람속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니말이야

 

그러고보면 이해는 대부분 사실과 무관하게 일어나는 오해인거야

그니가 참 괜찮은 사람이라고 여긴 것은

그니가 아름다운 오해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야

그니의 결대로 하는 오해이니 오해는 그니의 성품이라고 할 수 있지

웅숭깊은 오해는 웅숭깊은 그니인게지

사람의 성품은 이렇게 말과 행동으로 다 드러나게 되는거구나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