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

2014년 짧은얘기 (2월)

천천히2 2014. 2. 3. 11:17

2014년 2월 3일

아침에 피가 비친다

생리끝난지 며칠 됐는데 뭔일이지?

뾰족한 불안감에 사로잡힌다

 

지갑을 잃어버리고

이쁜이가 살이 찌고

탁이가 공부못하고

회사에서 당한 억울한 일쯤은

정말이지 아무것도 아닌 일이 내게 일어날지도 모른다

지금을 감사하며 살아야지

 

2014년 2월 3일

신분증을 다시 만들기 위해 사진을 찍었다

사진관 거울속의 나는 초로의 초라한 여자다

한숨이 나온다

대충 머리만 빗고 사진을 찍는다

놀라운 일인지고

완성된 사진속의 나는 나같지 않게 젊고 이쁘다

주인아저씨가 내 얼굴을 성형해놨다

나같지 않게 나온 사진을 보며

사진속의 웃고 있는 이 이여자를 나라고 할 수 있나 없나 한참동안 고민했다

 

2014년 2월 3일

테레비 속에서 목도리를 멋드러지게 두른 남자가 강연을 한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그니의 이마에서 땀이 흐른다

목도리를 풀면 좀 덜 더울거 같은데

그니는 목도리를 두른 채 땀을 흘리며 열심히 말하고 있다

 

2014년 2월 8일

 

 

절가는 길목 풍경이 봄스럽구나

산에서 내려오는 물줄기가 얼어 하얗게 서있는데

그 앞 버들강아지 솜털이 살그마니 일어나고 있다

딱다구리소리가 들린다

똑또르르르르

저렇게 머리가 울리면 머리가 엄청 아플텐데

 

 

 

금방이라도 폭삭 주저앉을거 같은 기와집을 왜 저렇게 버팀목을 세워놨을가

몇년동안 오며가며 궁금했다

내가 모르는 동안 헌집이 이렇게 딴집이 되었다

놀랍고 흐뭇하다

 

 

 

이 할아버지가 나를 날카롭게 바라본다

교만한 나를 보며 네가 그렇게 잘났니?하는 거 같다

마음속에 새겨놓아야 할 나한상이다

 

2014년 2월 12일

새로 산 신발이 너무 마음에 든다고

어미닭 알품듯이 신발을 품고 있는 우리탁이

 

 

 

2014년 2월 12일

탁이가 친구와 점심약속이 있단다

오랜만에 들로 점심산책을 나갔다

땅이 폭신거린다

미환언니한테 "땅이 폭신거려"문자를 보냈다

문자를 딸이 읽고는 무슨 뜻이냐고 묻더란다

언땅이 풀려 폭신거리는 것을 모른단말이야?????거참

 

2014년 2월 14일

성당 마당을 지나는 출근길

한쪽으로 심하게 기운 몸으로 절뚝거리며 아저씨가 성모마리아상앞으로 가더니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인다

새삼 눈에 들어오는 마리아상

두 손을 모으고 있다

그러고보니 간절한 마음일 때 두 손을 모으는구나

절에서도 교회에서도 성당에서도

 

2014년 2월 22일

문예회관행사도우미알바 첫째날

입장하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넨다

어떤이는 반갑게 인사를 하고

어떤이는 먼저 인사를 한다

기분이 아주 좋다

어떤이는 모른척 지나간다

기분이 상한다

작은 인사 한마디가 사람을 이렇게 들었다놨다 한다

어디서든 누구에게든 인사를 잘 해야지

 

2014년 2월 22일

어제 호랑나비를 봤다

그해 처음본 나비가 호랑나비면 옷잘입는다고 하네

 

2014년 2월 23일

자두의 능력

그 조그만 엉덩이를 내 신발에 딱 맞게 대고 요렇게 똥을 싸놨다

하 고것참

 

 

 

2014년 2월 26일

 

 

탁이사진 중에서 요렇게 찍은 사진을 제일 좋아한다고 했더니

사진이 잘 나오는 각도라면서 나를 찍는 탁이

"엄마는 해당없네 어떤 각도로 찍어도 못생겼어~"